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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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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 정약용 21/01/24 재택근무 덕분에 점심먹고서 이따금 동네 중고서점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권당 천원에도 살 수 있기에 독서욕구 자극 겸 괜찮은 고전이 있다면 몇 권씩 사버리곤 한다. 어느날은 목민심서가 눈에 띄어 우선 집어왔다. 그리고 반년 정도 지나고서 겨우 읽게 되었다. 역사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예전에 있었던 사실들을 알아가는 그 쏠쏠한 재미맛 때문인 듯하다. 목민심서도 처음에 목민관 정의 나올때는 고루하게 느끼다가 계속 이어지는 부분에서 당시 조선 세태를 짚어준 덕에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유배지에서 목민관의 자질에 대하여 적고, 당대의 폐단이나 현실에 맞지 않은 법에 대하여 요목조목 따져둔 책이지만, 실제로 당대에 널리 퍼지거나 실제로 그 폐단들이 정비되는데까지는 힘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경..
수상록 - 베이컨 21/01/13 순발력이 나쁜 까닭에 의사를 표현할 적에 글로 제시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더 선호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전 여러번 뜯어보면서 내가 원하는 순서대로 정리하고, 강조할 곳을 짚는 등 말로 했으면 순식간에 해결해야 할 것들을 큰 호흡으로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정성을 쏟는 만큼 상대에게 전해질 나의 진지함도 구술보다는 훨씬 더 많이 쌓을 수 있다. 철학적이거나 진지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류할 기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많이 생각해본 주제를 말하더라도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표상을 두서없이 뱉어내고 나면 내가 복기해봐도 이해되지 않기 일쑤다. 그래서 지금 기준으로 내가 꼽는 주요한 주제에 대한 나의 입장을 진지하게 일목요연하게 적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참고차 저명한 ..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20/03/27 2000년대 초에 나온 소설인데 가볍지 않고 작가의 실생활이 많이 가미된 어쩌면 수필로도 보이는 정성스럽고 전문적인 느낌이 짙게 나는 작품이었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집에 피아노를 들이게 되면서 피아노 구매처인 공방의 주인과 친분을 쌓으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소설은 ‘일어났을 법한 사건에 대한 글’이라고 대체로 정의되는데, 이 소설은 왠지 작가의 경험담이 거의 98%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하다. 피아노에 대한 그의 방대한 지식이 돋보이며 소설 내용과 잘 어울려있다. 피아노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30 ~ 2000헤르츠의 음역대를 쓴다는 점, 7과 ⅓ 옥타브 등) 에라르, 플레옐, 브로드우드, 스타인웽, 슈팅글, 파울리니 등의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 반갑다. 나는..
Whanki in new york - 김환기 21/04/27 김환기씨 작품을 맨 처음 접할 때는 굉장히 고지식하고, 엄한, 완벽주의자일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뿔테 안경에 희끗하고 곧은 표정, 단호해보이는 외형 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 전시관에서 자주 접하는 그의 작품 속 평온한 느낌을 받은데다가 언젠가 한번 지인과 나눈 편지글을 보았을 때 느낀 그의 온기에서 굉장히 깊은 감수성을 느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그의 글을 몇 점 접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는데 마침 주말에 방문한 환기미술관에서 그의 에세이를 접할 수 있었다. 에세이 외에도 그가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시절 남긴 일기가 있었는데, 홀린듯 잠깐 훑어보고는 가격도 안 보고 바로 집어서 결제를 해버렸다. 63년 10월 뉴욕에 도착할 당시부터 부터 ..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 장 폴 사르트르 21/06/11 '실체는 본질에 앞선다' 라는 명제를 친구로부터 소개받았다. 한 번쯤 나름의 결론을 내려봄직한 명제이다. 친구는 이에 반대했다. 현상보다 본질에 더 비중을 두고 생활하며 실체 너머에 있는 본질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내게 추천해주었다. 실존주의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표명한 강연을 기록한 책으로 개괄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적혀있어 실존주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실체는 본질에 앞선다' 책에서는 이 명제에 대한 설명으로 '인간이 먼저 세계 속에 실존하고, 만나지며, 떠오른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정의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고 적고 있다. 추가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다음 정도로 추려보았다...
향연_에로스에 대하여 - 플라톤 21/06/18 플라톤이라는 단어만 보고 집은 책. + 중고서점에서 1400원밖에 하지 않아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향연이라는 제목을 뜻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다 읽은 후 문득 궁금해서 찾아보니, Symposion / Le Banquet / Supper 등으로 번역되는데, 향연의 뜻 자체도 ‘특별히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잔치'로 소개되었다. 잔치에서 있었던 일☆ 쯤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심포지움이라는 단어도 학술대회 이런거 아니라 맛있는 밥에 곁들이는 무거운 대화☆ 이런 정도인가보다) 몇몇의 사람들이 술을 진탕 마신 후 2차 자리에서 뜬금없이 에로스가 엄청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면서 각자 돌아가면서 에로스에 대해 찬미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먼저 다른..
결혼과 도덕 - 버틀런트 러셀 19/09/28 피천득씨의 인연이라는 수필에는 그가 그의 딸에게 보낸 편지가 등장한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과계열을 공부하는 동시에 철학에 관심이 많아진 그의 딸이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책을 읽는다고 하자 반기며 그들 역시 수학자 출신의 철학자임을 설명해주면서 응원해준다. 여기에서 참고해서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책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책 내용은 읽지도 않은 채 산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결혼과 도덕이다. 집 앞 중고서적에서는 찾을 수 없어 인터넷 중고서점을 찾아보니 여러권 쉽게 구할 수 있어 좋았다. 심지어 당일배송되어 여행가는 동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어렵지 않은 언어로 적혀있었다. 하지만 한 책에 너무 시간을 많이 쏟을 수 없는 나로서는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록 재독하기는 시간이 ..
예술과 그 가치 - 매튜 키란 19/12/02 미학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싶어서 관련한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미학은 무엇에 관한 학문인가 / 아름답다고 판단하는 공통된 척도가 있는가 / 예술가들은 작품을 창조할 때 어떠한 방식으로 요소 곳곳을 채우고 어떤 의도를 어떻게 담는가 / 공통된 룰이 있는가 / 예술품의 방대한 볼륨에서 주제부 외의 나머지 여백은 어떻게 채워지는가 / 예술 감상에 있어서 직관적인 감상이 아닌 배경지식을 갖추고 봐야 하는 현대미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등 제가 평소에 답을 찾고자 했던 것들에 비중을 두고 독서중입니다. 제 궁금증에 대한 몇몇의 답을 찾을 수 있었고, 이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의 인식, 새로운 주제에 대한 조명도 할 수 있었습니다. 답을 찾지 못한 주제의 일부는 다음으로 읽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