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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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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 Water, 낙수장 (WV, USA) 240621 회사 동료중에는 건축 전공한 분들이 많다.부서 특성상 그분들과 자주 교류했는데 아무래도 예술과 맞닿은 분야다 보니 취향이 확실한 분들이 많았다.책을 소개받거나,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방향으로 조언을 받은 경우도 많다.언젠가 한 분께서 sns를 통해 여행 중의 모습을 공유해주신 적이 있다.폭포 위에 놓인 건물이었는데 단풍색을 하고서 되게 고즈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건축사에서 의의가 큰 사람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세련되거나 멋지다 라는 느낌 보다는 고집 센 건물 같은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아마 필름사진 같은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고 노을을 싫어하는 내 배경 때문에건물의 외관 색깔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아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이 때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것은 그 공간을 굉장..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국립미술관 (Washington D.C.) 250119 # 로스코 빨강 겉감이 푸석푸석 뻣뻣하지만 표면만큼은 매끄러운 솜이불이 있었다.환절기에 낮잠을 자다 깨서 이불 겉면을 만지면 차가운데 부드러운, 야릇하지만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내가 특이한 조합을 계속해서 탐구하는 것은 이 때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장조인데도 어두운 음악이 있다. ( Saint-Saëns, "Danse macabre" / My Chemical Romance, "Black Parade" )반대로 단조인데도 긍정적 분위기인 음악이 있다. (Beethoven - Sonanta Op. 13, 2nd movement)나는 이런 한 겹 꼬아진 관념들을 찾아 수집하고 있다.그렇게 로스코를 만났다. 한참 추상적 관념들과 미학에 관심이 쏠려있던 시기다.나의 로스코에 대한 시선은 약간 속세..
National Museum of the US Air Force (Dayton, Ohio) 250112 # 무덤 꼬마시절 집 뒤에는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 산을 무척 자주 올랐다.꼬불꼬불한 길을 오르다 보면 콘크리트로 만든 팔각정이 있었고 정상을 넘어서는 평온한 바다가 보이는 공동묘지가 있었다.나는 그곳이 공동묘지인지 몰랐던 것 같다.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잔잔한 바다와 갈대밭을 배경으로 실컷 공을 찰 수 있는 그곳이 편했다.지금은 공연장이 크게 들어서는 바람에 옛 모습을 잃은 까닭에  있어도 없는 곳이 되었다.그리운 그 곳을 눈을 감고 생각하면 아늑하고 평온하다. 사진을 찍어두길 참 잘 했다.묘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이 추억 덕분인 듯하다.나는 여행을 가면 과거의 흔적을 즐겨 찾는다. 좋아하는 작곡가의 안식처나 존경하는 분께서 쉬고 계신 곳을 주로 찾았다.실제로 본 ..
프랑스 여행기_미슐랭 1스타 식당 방문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특별한 약속이 아니면 비싼 식당을 좀체 가지 않는다. 맛집을 찾아가지도 않고 식당에 줄을 서는 것도 싫어한다. 그냥 먹고 싶은 것만 대략 정해서 자유롭게 새로운 곳을 가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프랑스에서 하게 될 식사 중 한 번은 미슐랭 식당에서 하고자 한 것은 음식을 담는 방식과 즐기는 방법이 궁금해서였지 음식 때문이 아니었다. 먹어보고 싶었던 것들은 이미 다른 식당에서 충분히 먹었었다. 이번 식당은 메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와있지 않았다. 파리에는 미술랭 식당이 굉장히 많다. 가격도 점심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 저녁식사 가격이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일정을 고려해서 숙소 근처를 뒤져봤는데 마침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프랑스 여행기_관광지편 음악 관련된 곳, 음식 메뉴 그리고 산책 위주로 여행 일정을 잡다보니 방문한 관광지는 많지 않다. 기메 동양박물관 / 베르사유궁 / 시내 산책 / 생제르맹 성당 / 루브르 박물관 정도를 계획하고 방문했다. 기메 동양 박물관 에밀 길레라는 사업가가 리옹에 세워두었던 아시아 유물 박물관을 정부가 지원하여 파리로 옮겨왔다고 한다. 한국관이 오래전부터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고 해서 관심이 생겨 희망 방문지에 담아두었다. 100여년 전 한 한국인이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노력한 덕분에 일찍부터 한국관이 마련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홍종우이며 나중에 김옥균을 암살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수교를 맺은 시점 즈음 샤를 바라라는 인물이 고종 황제의 허가를 얻어 프랑스인 최초로 전국을 여행한 적..
프랑스 여행기_음식편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기에 가서 만나게 될 음식에 기대가 많았다. 친구와 나 모두 새로운 도전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 만나는 음식들 모두 다 즐겁게 먹었다. 취업반이던 시절 대부분 입사를 지은 후에는 앞으로 당분간 긴 시간을 내지 못하기에 합격증을 들고 은행에 찾아가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뒤 길게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반면 나는 입사일이 급작스럽게 앞당겨지는 바람에 아쉽게도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더욱 반가웠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먼저 유럽을 다녀온 친구들의 의견을 들었는데 음식만큼은 다들 빠듯한 예산으로 다녀온 까닭에 자유롭게 다양한 종류를 즐기고 온 친구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여유가 좀 생긴 상황에서 방문 기회를 얻은게 나쁘지만은 않겠다 싶었다. 보통 한 번 간..
프랑스 여행기_음악편 보통 시간의 흐름 순서로 후기를 남겼겠지만 이번엔 이보다 목적 별로 추억을 묶어보는게 더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그리하여 음악 / 관광지 / 음식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여 여행 당시의 기록을 남겨둘 예정이다. 목적지로 파리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이었다. 지인이 있는 독일도 있었고, 마침 인도네시아에서 근무중이었기 때문에 편하게 발리를 다녀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예쁜 친구와 함께 할 앞으로의 긴 여정을 기념하는 여행인 만큼 둘이서 나누는 소중한 주제를 따라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가장 취지에 들어맞았다. 목적지가 정해지고 난 뒤에 파리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논의했다. 음악에 관한 것들이 먼저 쌓이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예술의 도시 중 하나인 만큼 파리에는 비단 음악 뿐 만 아니라 예술에..
프랑스 여행기_프롤로그 다녀온 지 4달이 훌쩍 지나서야 정리하는 여행 회고록 상상력이 좋은 편이다. 어릴적에는 상상의 애완동물을 만들고 내 곁에 항상 맴도는 상상을 하곤 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자유로운 상상력을 갖게 되었는지를 항상 되뇌여보는데 아마도 유년시절 시골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색하던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 영향인지 내게는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상상 속의 공간이 몇 있다. 꿈에서 반복적으로 방문한 까닭에 이젠 익숙해진 곳도 있고 몽상을 하다가 굳어진 머릿속 공간도 있다. 이렇게 대부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들이지만 실제 장소인데도 내게는 마치 상상 속의 공간처럼 여겨지는 곳이 있다. 바로 쇼팽의 무덤이었다. 쇼팽의 무덤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오래 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비가 올 듯 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