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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프랑스 여행기_프롤로그

다녀온 지 4달이 훌쩍 지나서야 정리하는 여행 회고록

 

상상력이 좋은 편이다. 어릴적에는 상상의 애완동물을 만들고 내 곁에 항상 맴도는 상상을 하곤 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자유로운 상상력을 갖게 되었는지를 항상 되뇌여보는데

아마도 유년시절 시골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색하던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 영향인지 내게는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상상 속의 공간이 몇 있다.

꿈에서 반복적으로 방문한 까닭에 이젠 익숙해진 곳도 있고 몽상을 하다가 굳어진 머릿속 공간도 있다.

이렇게 대부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들이지만 실제 장소인데도 내게는 마치 상상 속의 공간처럼 여겨지는 곳이 있다.

 

바로 쇼팽의 무덤이었다.

 

쇼팽의 무덤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오래 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 그는 넓은 묘지를 뒤져 어느 구석에 있던 쇼팽의 무덤을 찾아갔다.

비가 결국은 찔끔 내렸던 것 같다.

 

티비에서 소개된 쇼팽의 무덤 모습은 사실 잘 기억나지 않고 브라운관 흐린 화면 속 게다가

비가 올까말까 한 흐린 날 찾아간 세상에서 가장 후미진 이미지의 공간 구석 속에서

그것도 쇼팽의 무덤을 찾아낸 상황을 보면서 나로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마치 해왕성 같은 장소로 느꼈다.

쇼팽을 한참 좋아하기 시작한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관심있는 인물의 장소를 찾아가는데

그렇게 힘든 과정이 소개되어서 쇼팽 무덤은 내가 어쩌면 한평생을 살아도 찾아갈 수 없는 미지의 장소처럼 여겨졌나보다.

 

 

해외현장에서 근무하면 석달에 한 번씩 2주 정도 되는 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학창시절 방학 때나 쓸 법한 길이로 여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기회는 성인이 되어서는 좀처럼 드물다.

그렇기에 이 기회를 이용하여 방문할 장소는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애매하게 남들이 가니깐 나도 가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이번에 오랜만에 기회를 얻자마자 바로 파리를 떠올린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동행하기로 한 예쁜 친구도 흔쾌히 내 취향에 호응해주었다.

 

하여 1주일의 기간으로 파리를 다녀오기로 하고 중심점에 페르 라쉐즈를 두고서 여행 일정을 짜 나갔다.

 

빡빡한 일정은 좋아하지 않고 남들이 선택해 둔 관광지와 맛집을 따르는 순종적인 여행에는 관심이 없다.

1주일을 통으로 파리에서만 체류하기로 했다. 여유롭게 일정 중간 언제든지 돌아와서 쉴 수 있는 접근성 좋은 숙소 /

끼니때를 세서 아껴두었다가 꼭 먹어야 하는 것들에 똥글배기를 치는 데 알뜰하게 사용하기 /

여유롭게 시간 보내기 등을 원칙으로 하여 할 일들을 추려보았다.

 

 - 페르 라쉐즈 방문 (헌화할 꽃이 필요하다)

 - 아침 일찍마다 빵집에 가서 새 크와송 사다 먹기

 - 프랑스 현지에서 통용되는 한국 음식의 맛과 담는 모양새 거꾸로 체험해보기

 - 주요 프랑스 요리 맛보기

(푸아그라, 로싸 모엘, 버네즈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크와송, 어니언 수프, 꽁티드 카나드, 타르타르, 크림 브륄레, 바게트)

 - 미슐랭 식당에서 식사하기

 - 플레옐의 자취 밟아보기

 - 음악 공연 감상하기

 - 센느강 따라 산책 하기

 - 배워온 기초회화 음식점에서 주문할 때 등 사용하기

 - 시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우리나라와 비교해보기

 - 프랑스의 피아노 학원 방문하기(우리나라랑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 프랑스에 남아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 방문하기(어떤 이미지가 보이는지)

 - 똘레랑스를 경험해볼 수 있을만한 체험을 찾아보기(현지인과 교류)

 

 

항공편

 

멀미가 유독 심한 예쁜 친구를 위해 넉넉한 공간의 항공편 좌석이 필요했다.

게다가 장거리 비행은 처음이라고 해서 걱정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에어 프랑스를 꼭 한 번 타보고 싶었기에 이미 항공사는 정해져 있었다.

게다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가 국적기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오히려 싼 날에 우연히 예약을 걸어둔 덕분에

비교적 합리적으로 편한 좌석을 취했다. 대한항공 이코노미 왕복이 250만원 / 내가 한 에어프랑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200만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로그인하지 않고 확인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가격은 280만원이었다.

출발 2주 전 즈음 항공편을 예약한 것 치고는 꽤 선방한 셈이었다.

 

후기를 확인해보니 프리미엄 이코노미 맨 앞자리가 굉장히 넓다고 하여 맨 앞자리를 사전 예약했다. (15만원)

돌아갈 적에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맨 앞 넓은 좌석이 남아있길래 사전예약을 하지 않았다.



숙소

 

항공편을 정하면서 일정을 확정한 후 숙소를 알아보았다.

앞서 말한대로 파리는 내 머릿속 상상 속에 있다시피한 공간이었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냥 평지에 위치한 골목골목 오밀조밀하고 넓은 도시 즈음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나선형으로 나눠진 구획을 파악하고 대략적으로 방문 예정인 관광지를 보았더니 대략 16구 언저리 즈음이

가격적으로도 위치적으로도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 여행 전략(중간중간 들러서 쉬었다가 다시 나가는)에 정확히 잘 들어맞는 괜찮은 곳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숙소는 플라자 투어 에펠이라는 숙소였다. 결산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여러모로 완벽한 숙소였다.



관광지 & 방문지 예약

 

오래동안 기획한 여행이 아니었기에 최종 예약 확정은 정말 출발 2일 전에서야 부랴부랴 해야 했다.

위의 위시 리스트를 통해서 최종 확정한 방문 희망 관광지는 다음과 같았다.

 

 - 페르 라쉐즈_쇼팽 무덤 방문

 - 피아노 학원에 있는 연습실_여행 한달 뒤 있을 친구의 공연 준비를 위해 손을 굳지 않게 연습할 용도

 - Salle de Pleyel_플레옐에서 설립한 공연장에서 공연 관람

 - 루브르 박물관_3대 박물,미술관 중 결국 루브르 선택

 -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_우리나라 문화재 관람

 - 베르사유궁

 - l’archeste_미슐랭 1스타 식당 

 - 마들렌 성당_공연 관람 + 유적 감상. 마침 내가 연습중인 S. 558 No. 12가 공연에 포함되어있었음



기타 준비

 

유심칩, 여행자 보험, 비자 발행 여부, 환전 등이 필요했다.

 

유심칩은 어렵지 않게 쿠팡에서 3만원 안짝으로 1주일 사용할 것을 챙겼다.

전에 동생과 시애틀을 여행할 적에 호기롭게 차에서 들을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들을 생각을 하고

한개도 담아가지 않았다가 통신사 음영 지역을 만난 탓에 한 노래만 계속 들어야 했던 기억을 되뇌이며

일부러 다른 통신사로 두개를 사 두었다. (하지만 출발 당일날 집에 두고 와서 사용하지 못했다.)

 

여행자 보험은 db 다이렉트에서 비싸지 않게 가입했다.

 

프랑스는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국가라고 되어있어서 큰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출발했는데

쉥겐지역 조약이니 뭐니 해서 입국장에서 굉장히 불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이 도장을 간단히 받고 공항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프랑스는 관광 목적이라면 별도 체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환전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다가 우선 400유로 정도를 해서 갔다.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하면서 가만 보니 요새 신용카드 해외 결제 수수료가 1~2%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물가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편하게 사용하다 왔는데 프랑스도 확인해보니 실물화폐를 요새는 그렇게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아예 안 해갈 수는 없어서 비상용 개념으로 적절히 섞어서 환전을 했다. 그리고 이 돈들은 중간중간에 택시비 등으로 사용했다. 좀 더 생각이 넓었다면 돌아오기 2일 전부터는 현금을 사용해서 남은 돈을 안 남겼으련만 우리는 돌아오는 공항 입국장에 와서야 현금이 남았다는 걸 깨달았고 마침 눈에 보이는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샀다. 나쁘지 않게 사용했다.



이렇게까지 준비한 게 22/12/30일이었다. 그날 밤 자카르타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를 탔고, 다음날 아침 한국에 도착하여 하루 동안 마무리 지어야 할 것들을 좀 더 챙긴 뒤 다음날 오전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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