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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창덕궁 오후 관람

21/03/25

오후 반차를 내고 회사 근처 창덕궁을 둘러보았다.

회사 바로 근처인지라 담 너머의 풍경을 8년째 바깥에서 보고 있지만 돌이켜보니 딱 한 번 가본게 거의 25년 전 꼬맹이 시절 서울구경하던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점심시간 통행권을 구매해서(근처 회사 직원이거나, 주변 주민인 경우 12~14시에 한하여 10회 드나들 수 있는 통행권을 5천원에 살 수 있다.) 창덕궁을 슥 둘러보았다. 마침 최근에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을 읽었는데 거기서 소개받았던 창덕궁에 대한 내용을 어느정도 소개받은 터였다.

인정전, 선정전을 위주로 곰곰히 뜯어보고 나머지 넓은 공간과 월대, 심어진 꽃들도 찬찬히 살펴보았다.

궁궐 건물이라고 하면 당대에 시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정성스러운 건물일 것이다. 실제로 근래에 본 당대 건물인(이 건물들마저도 절대 평범하지 않은 비범한 건물이지만) 고찰의 대웅전, 극락전 등과 비교해서 너비, 높이, 천장 장식, 벽의 두께, 창살 두께, 철제 부속의 두께 등 모두가 비교할 수 없게 굉장히 정성스러웠다. 특히 주춧돌도 그냥 보통의 경우 동그랗게만 준비하거나, 2단으로 만들더라도 2개의 독립된 부재를 따로 깎아 마련하는데 반해 흙토 모양으로 하나의 돌을 정성스레 깎아서 사용한 점, 건물 주변 기단부는 일반 돌이 아니라 기와와 같은 재질의 검정색 부재를 사용한 점(자연석이 아니라 흙으로 구운 네모 반듯한 부재가 쓰였다.), 기단의 모서리에 위치한 돌에만 세로 방향의 줄무늬를 새겨둔 점, 품계석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대리석이 사용된 점, 목재의 결을 통해 보건대 쓰였던 목재들의 사이즈가 굉장히 큰 점(돈화문의 그 길다란 문도 나이테를 보면 길이방향으로 하나의 나무를 쓴 것을 알 수 있다.) 등이 눈에 띄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부재간 치수가 통일되어있지 않은 점(바닥돌들의 사이즈가 가로, 세로 모두 균일하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자연에서 이만큼의 화강암을 구해내는 것 자체가 대단했을테고, 정확히 사이즈를 다 맞출 정도의 여유는 또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전 내부의 공간을 기둥 없이 꾸미지 못한 점(우즈벡에서 본 비슷한 시기의 건물의 경우 아치 공법 등을 사용해서 천장이 훨씬 넓고 너비도 비슷한데도 내부의 기둥은 없었다. 기술력의 차이로 보였다) 등이 있었다.

그 밖에도 청와대의 모델이 되었다고 들은 선정전의 청기와(고려대에는 유행했다고 하던데 화약의 염료인 염초가 다량 사용되는 등 비용적인 문제 등으로 딱 이 건물만 아마 남게 된 듯하다.)를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멋지게 핀 홍매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느껴보고, 최근에 복원했다던 종묘로 이어지는 길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평일 오후 날씨 좋은 날 모처럼 여유롭게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넓은 공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 마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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