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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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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plash 22/12/30 비행기에서 식사하던 중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목록을 내리다가 whiplash가 눈에 띄어 선택했다. 2014년 신입사원일 때 심야영화로 본 기억이 있다. 당시 자취방이 영화관에서 천천히 걸어도 3분이면 닿던 시절이라서 영화 시작시간에서 5분 정도 늦게 출발해 먹을걸 사들고 관에 입장하면 딱 광고가 끝나고 바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호시절이었다. 약간 서늘한 여름날의 밤이었다. 간단히 볼 요량으로 들어가서는 2시간 뒤에 전율이 가득해져서 나왔다. 주인공이 결국 원하던 경지에 이르르는 장면에서 대리만족을 느껴서였을까 아니면 영화 내내 보이던 간접 조명과 나무벽 등에서 느껴지는 온기 때문이었을까 둘 다 였을까. 당시에 이렇게 찐하게 감상했음에도 후감을 따로 남겨두지 못해서 아..
빅피쉬 - 팀 버튼 22/11/20 친한 친구는 넷플릭스 죽순이다. 항상 조용하다 싶으면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 반면 나는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영화를 예술작품처럼 대하고서 깊이 감상하는 걸 잘 안 해봤다. 이번에는 친구가 빅피쉬라는 작품을 보더니 꼭 한 번 보라고, 네가 만든 영화인 줄 알았다고 세상에 너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지만 영화 제목에 생선이 들어가서였을까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추천받고서도 한참을 찾지 않다가 지난 주말에서야 시간을 내서 봤다. 넷플릭스에 있대서 찾아봤는데 같은 계정이라도 나라마다 작품의 저작권 상황이 다른지 여기서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 숙소 인터넷 티비에 있어서 지난 주말 맥도날드 치킨과 함께 느긋하게 감상했다. 주인공 에..
HER 21/03/22 언젠가 길을 지나며 버스정류장에 걸린 형광색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크게 관심갖지 못한 채 지나쳤고 거의 10년이 흘러서야 보게 됐다. 오랜 연인이었던 아내와 이혼하고, 실제 친구나 직장 동료와도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등 실제 외부와의 교류에는 관심두지 않는 대신 가상 캐릭터와의 게임 등 자기만의 세계에만 빠져든 주인공은 어느날 새로운 인공지능 OS 서비스에 가입한다. 그리고 사만다라는 이름의 가상 OS와 보통의 인간관계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사랑의 감정, 질투심 등이 뒤섞인 깊은 관계에 빠져든다. 형태가 있는 외부와는 전혀 교류하지 않고 무형의 것들과만 교류하던 주인공에게는 실체의 유무가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거부감 없이 가상의 인물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었나보다...
빌리 앨리엇 20/03/29 예술이 품는 의의 중에서 내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문자언어의 객관성이 담지 못하는 추상적인 영역을 표현하는 언어적인 역할에 있다. 자신의 심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암호화 한 작품의 표현을 보고서 나는 내 나름대로 나의 언어를 통해 복호화하는데 그 와중에 찡한 마음을 느끼는 순간이 오면 나는 감동한다. 동시에 나와 같은 갈래로 복호화 한 다른 감상자에게서도 동질감을 느끼고 애착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좀처럼 예술이라는 느낌을 느끼지 못하는데, 예술성을 추구하지 않는 상업영화를 주로 접하는 데에 가장 큰 이유가 있을테고, 두번째로는 CDMA 단말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 데이터 처리능력을 지닌 내가 5G 중계기에서 보내는 막대한 신호를 처리하는 것과 같은 상황 때문인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