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24
재택근무 덕분에 점심먹고서 이따금 동네 중고서점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권당 천원에도 살 수 있기에 독서욕구 자극 겸 괜찮은 고전이 있다면 몇 권씩 사버리곤 한다. 어느날은 목민심서가 눈에 띄어 우선 집어왔다. 그리고 반년 정도 지나고서 겨우 읽게 되었다.
역사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예전에 있었던 사실들을 알아가는 그 쏠쏠한 재미맛 때문인 듯하다. 목민심서도 처음에 목민관 정의 나올때는 고루하게 느끼다가 계속 이어지는 부분에서 당시 조선 세태를 짚어준 덕에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유배지에서 목민관의 자질에 대하여 적고, 당대의 폐단이나 현실에 맞지 않은 법에 대하여 요목조목 따져둔 책이지만, 실제로 당대에 널리 퍼지거나 실제로 그 폐단들이 정비되는데까지는 힘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경국대전이나 속대전의 항목등을 열거하며 오류를 짚는데, 그전까지 두 책을 법전으로 이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던 지라 발상의 전환이 되었다. 동시에 조선시대에 쓰이던 우리나라에 특화된 법 등이 지금의 법에도 이어져 있다면 나라의 정통성을 잇는 상징과도 같겠구나 하는 생각에 법잘알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쉽게도 명맥은 대한민국 수립 이후로 끊긴 듯하다. 헌법은 각 나라의 헌법들을 모두 모아다가 썼다고 했고(덕분에 좋은 것만 모은 모양이 되었다고 설명들었다.) / 일반 법의 경우 일본의 법이 대부분 참고되었다고 했다.
그 외에도 정말 교과서에서 암기용으로만 외웠던 것들의 실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관청 공용문서 양식은 일반 선비들이 숭상하던 경사나 시문과는 양식부터가 너무 차이나서 공문서 작성하는 직원이 따로 필요했다고 한다.
(특히 이두를 혼용하였다고 해서 신기했다.)
권선징악을 취지로 하는 지방 자치 조직인 향악을 권장하여 백성들의 자율적인 순하를 기하는 동시에 아무리 법을 범한 백성이라도 올바르게 교도해 보고 그래도 고치지 못할 경우에는 벌을 주라고 말하고 있다.
백성을 위하여 해를 제거하는 것은 목민관으로서 힘써야 할 것이다. 그 첫째는 도적이요, 둘째는 귀신이요, 셋째는 호랑이이다. 이 세가지가 없어져야만 백성의 근심이 덜어질 것이다.
(산지가 대부분인 탓에 안그래도 물류에 장애를 받았는데, 야생짐승의 피해도 국가 물자 순환에 방해를 많이 받은 모양이다. 귀신과 함께 노미네이트 될 정도면 정말 고통이 심했나보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멸종되었다고 아쉬워만 하는데, 당대의 현실을 이렇게 보니 또 다르게 보인다.)
황장목을 금양하는 황장 봉산이야말로 그 관리가 철저하고 경계가 삼엄하였다.
(국가에서 사용할 목재를 별도로 관리하기도 했다. 고향 여수에는 진남관이라는 큰 건물이 있는데 기둥으로 쓰인 목재가 주변에 있을 수 없어서 기이하게 여기다가 나중에 확인되기를 함경도의 나무를 받아다 쓴 거라고 들었다. 아마 이 나무도 관에서 관리하던 목재가 아닐까 한다.
우리가 금강송이라고 칭하는 붉은 소나무의 원래 말은 황장목이라고 한다. 금강송이라는 말은 일제의 잔재라는 설을 검색하던 와중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청송이라고 하는 것은 백성들의 소송을 처리하는 것으로서 과거 동양 여러 나라에서는 목민관이 재판권까지 장악하고 있었다.
(목민관은 임금의 거의 모든 권한을 일임받아 그 관할을 다스렸는데, 특히 재판권까지 장악하고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부임하는 인물에 따라 너무 크게 흔들렸겠다 싶다. 실제로 제주는 어진 목민관이 퇴임하자 봉기를 일으켜서 복직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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