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
독서를 취미삼아 하시는 할아버지가 텔레비전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그 할아버지께서 언급하셨던 게 뇌리에 남아 구매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둔 뒤 2년이 넘도록 제대로 읽지 못하다가 최근에 나만의 수상록을 구상하던 중 참고용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찾아보게 되었다.
해제를 통해 돌아보니 법관으로 근무하다 퇴임 후 적기 시작한 책이 수상록인데 에세이의 시초격이라고 한다. 원제 부터 essai이다. 셰익스피어도 몽테뉴 수상록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한다.
색인을 통해 그가 인생을 통틀어 꼽은 주요 이슈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내가 꼽은 주요 생각거리와 비교하여 일치하는 부분에서는 공감대를, 생각치 못한 이슈에 대해서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슬픔에 대하여 / 나태에 대하여 / 거짓말쟁이에 대하여 / 우리들의 행복은 죽은 뒤가 아니면 판단할 수 없다. /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죽음을 공부하는 것 / 상상력에 대하여 / 아동 교육에 대하여 / 우정에 대하여 / 옷 입는 습관에 대하여 / 다른 사람의 죽음을 판단하는 법에 대하여 / 거짓말에 대하여 / 올바른 목적을 위한 그릇된 수단에 대하여 / 모든 일에는 그때가 있다는 데 대하여 / 미덕에 대하여 / 분노에 대하여 / 후회에 대하여 / 마차에 대하여
예전에 접해보았던 비슷한 장르의 작품으로 쇼펜하우어의 사랑은 없다 에서는 너무 딱딱함을 느꼈고,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서에서는 분류없이 자신의 감상에 초점을 맞춘 모호한 표현들과 동시에 굉장히 깊은 감성을 느꼈다. 그리고 카뮈의 시지프 신화에서는 한 가지 사상에 대해서 간접적인 표현 방식과 동시에 깊숙히 사상을 담은 점을 보았는데, 각자 메시지와 메시지를 담는 매개체를 어느 정도로 섞는지를 참고할 수 있다. 나는 어느정도로 버무릴 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메시지와 매개체의 비중을 쇼펜하우어의 기법을 100:0정도로, 페소아는 0:100으로 그리고 카뮈는 40:60 정도로 생각하는데, 몽테뉴는 90:10 정도로 보인다. 나는 아직 주제와 담을 이야기 정도만 정리해두었는데 몽테뉴 정도의 배합 비율이 내게는 좋겠다 싶었다.
공감했던 글귀들
-----
완전히 자기 자신의 작품을, 즉 자신의 판단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의 교육, 그의 학습도 오직 이 판단을 만들어 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죽음이 어디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어디서든지 그것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자. 미리 죽음을 생각해두는 것은 자유를 예상하는 것이다. 죽기를 배운 자는 노예의 마음씨를 씻어서 없앤 자이다. 죽음을 알면 우리는 모든 굴종과 구속에서 해방된다. 생명을 잃는 것이 불행이 아님을 잘 이해한 사람에게는 이 세상에 불행이라는 것이 없다.
나태에 대하여 : 만일 정신이 그것을 속박하고 구속하는 그 어떤 것에 몰두하지 않으면 그것은 이리저리 망막한 상상의 들판을 맥없이 헤매게 된다.
뚜렷한 목적을 갖지 않는 영혼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디에나 있다는 것은 아무데도 없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의 미래 - 앨빈 토플러 (0) | 2021.07.18 |
---|---|
한국의 연쇄살인 - 표창원 (0) | 2021.07.18 |
총균쇠 - 제레미 다이아몬드 (0) | 2021.07.17 |
목민심서 - 정약용 (0) | 2021.07.17 |
수상록 - 베이컨 (0) | 2021.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