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1
매해 연초마다 독서리스트를 갱신하는데 몇년째 소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책들이 있다. 보통 읽는 취지가 분명한 채로 책을 선택하는데, 예외로 이따금 필독서라고 해서 팔랑귀가 되어 무턱대고 사게 되는 경우에 이렇게 자주 되는 것 같다. 총균쇠가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올해까지 읽지 못한다면 평생을 내 책장에게 괜히 무게만 더 얹어주는 것 같아 연말을 맞이하여 진득하게 앉아 읽어보았다.
인류의 발전사에 있었던 주요 사건들이 어떤 인과관계로 진행되었는지를 분석하면서 작가가 꼽는 주요 요소들을 소개한다.
총, 균, 쇠는 그 중 일부였고 그 외에도 지리적 환경요소(지대가 남 - 북 또는 동 - 서로 뻗어있는지 / 다른 대륙과 접근이 용이한지 등), 생물적 환경요소(야생동물 중 가축화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후보군이 많았던 유라시아대률 vs 홍적세에 많은 동식물이 멸종하면서 옵션이 거의 없었던 아메리카 대륙) 등등이 있었다.
책 말미에 인간사회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로 그가 꼽은 4가지 요소가 소개되었는데, 그가 제시한 사례를 통해 다시 상기해보니 과연 타당하다고 느꼈다.
1.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 분포의 대륙간 차이
2. 대륙 내 확산과 이동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3. 인접 대륙간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4. 각 대력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
독서를 통해 크게 2가지에 주목해보았다.
1. 발명에 대하여 : 발명품보다 용도를 찾은 과정, 이후의 발달사에 더 의의를 두어야겠다는 생각
문자, 금속활자, 증기기관, 스마트폰 등 우리는 보통 발명품 하면 특정 발명품과 발명가에 주로 주목한다. 하지만 실제로 발명품의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시점은 사회에서 용도를 인정받고 제대로 사용되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순간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책에서 소개되었던 파이스토스 원판이나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금속활자 등은 분명히 시기는 제일 앞서서 발명되었지만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사회 내에서 뻗어나가는 데에 실패하여 사장되어버리거나 별다른 위세를 떨치지 못했다.
특히 중, 고도화된 사회의 경우 특정 발명품이 탄생하기 위해서 비슷한 시도를 숱하게 겪은 선구자의 업적이 있었고, 탄생 이후에는 이를 계속 사용하고 발전시키려는 후대의 노력이 있었는데, 이 덕분에 잊혀지지 않고 발전되어 계승되는 모습을 보인다.
단순히 발명 시점만이 아닌 전체적인 흐름 속에 포함된 모든 프로세스를 보는게 중요하다. 이걸 거꾸로 적용해본다면 지금 우리 삶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많은 정보와 도구들을 융합하여 응용하고 개선점을 찾아본다면 역시 큰 발명을 얻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보통 발명이나 창조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으레 떠올렸는데,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주변의 것들에 관심을 쏟아서 첫 시작을 할 수 있는 자극도 받고, 정보 등의 도움을 얻는 기회로 활용해야겠다.
2. 통합된 환경과 다양한 환경의 차이 : 각 요소의 장단에 관하여
다양한 왕국으로 구성된 유럽과 통일 왕조의 중국의 상황적 차이를 책에서 소개해주었다. 통일되고 안정된 체제 덕에 중국은 영토 내에 모든 것이 표준화되고 문명의 보편화가 다른 곳에 비해 굉장히 수월했다. 다른 책을 통해 확인해보니 중국은 예로부터 수레바퀴의 간격이나 도량형 등이 법적으로 예전부터 보편화되어서 물류에도 큰 효율성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한다. 반면 유럽은 수많은 민족 또는 왕국으로 분열되어있으면서 서로 다양성을 유지하며 지냈는데 덕분에 맞닿아 지내면서도 문명의 편차가 심한 경우가 있었다. 정치적으로 통일을 유지한 덕에 내부적으로 문명의 교류가 원활했던 이점이 있었지만 반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단이 권력을 지닌 소수자들에 의해 내려지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일례로 유럽의경우 특정 왕실에서 함대 원정을 위한 재정 지원을 받다가 끊기게 되는 경우 다른 왕조에 지원을 요청해서 끊임없이 해 나간 덕분에 재화를 쌓고 발전의 선순환으로 사용이 가능하였는데, 반면 중국은 정화원정대가 유럽에 앞서는 시기와 월등한 규모로 존재했지만,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 전국적으로 시도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이 퍼져서 결국 아무 성과도 남기지 못하게 되었던 전례가 있었다.
일관성과 다양성은 장단이 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상황에 맞게 적용이 필요하겠다. 마침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는 것들이 현재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대입할 만한 듯하다.
+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특히 볼 수 있는 집단적 사회 성향과 서양으로 대표되는 개인주의 성향의 뿌리도 어쩌면 이렇게 오래도록 뿌리내린 사회 체제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열한 사회에 질릴 때마다 더이상 발전하지 않고 평행선을 그리는 사회를 상상해본 적이 있다. 어느정도 기술이 발전되고 재화가 부족하지 않은 세상으로 발전을 요구하지 않기에 치열한 경쟁이 필요없고 각자가 행복과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사회겠구나 싶었다. 과거에 어느 시점에라도 발전이 더뎌서 이렇게 기울기가 0인 사회상이 언제쯤 꼭 한 번은 있지 않았을까 막연히 떠올려보았는데, 책에서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을 소개시켜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우선 풍족하지 못했고, 발전을 안 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사회였으며, 기울기가 0인 순간 현상이 유지되는게 아닌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는 있던 도구들도 차츰 사용하지 않고 사라지는 경우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현실적인 요소를 받영하고 다시 보니 문명사회에서 발전은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인문분야에서 지식의 부족을 느끼는데 특시 역사적인 부분에서 더욱 그렇다. 빈공간의 굉장히 넓은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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