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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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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 영혼의 편지 - 반고흐 21/08/16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명성을 얻은 작품들에서 때로는 그 속의 내용보다 그 주변을 빛내는 후광이 훨씬 커져버린 사례를 본다. 분명 근거 있는 명성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본의는 온데간데 없고 모르면 사회에 끼지 못하는 유행이 되어버린 작품들,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한 작품들. 작품들을 그렇게 대하지 않기 위해 나는 되도록 간접배경을 지우고 본질을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배경을 아무리 지워보아도 명성에 걸맞게 공감을 많이 느끼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아름다움을 쉽게 느끼는 보편미 가득한 작가들을 이따금 만나는데, 고흐의 작품들도 그 중 하나였다. (어쩌면 학창시절부터 주입된 취향의 영향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고흐의 일상이 직접적으로 담긴 그의 편지글들을 소개한다. 그동안은 그의 그림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 헤더 로즈 21/08/07 Phonetic vs Artistic 문자와 마찬가지로 예술 역시 한 갈래의 언어이다. 전자가 정보교류를 위한 것이라면 후자는 관념의 교류에 사용된다. 문자에는 객관적인 정보를 담을 수 있고, 발신자로부터 수신자들에게 정보가 전달되는 동안 손실이 일어나거나 왜곡되는 일 없이, 그리고 동일한 정보를 받은 수신자들 간 받아들이는 의미가 서로 다르지 않도록 하는데 주목적이 있다. 반면 예술가는 예술언어에 객관언어가 담지 못하는 추상의 영역을 담는다. 이를테면 첫사랑을 집에 바래다주고 오는 어느 좁은 길목 하늘에서 발견한 보라빛 노을, 달콤한 냄새, 옅은 땀이 증발하면서 느끼는 기분 좋은 현기증 / 가까운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어느날 우연히 그와 자주 지나던 길목의 어귀에서 불현듯 그의 존..
밤에 우리 영혼은 - 켄트 하루프 21/07/10 덤덤하게 적힌 소설이다. 다 읽고 나서야 표지에 시선이 닿았는데 소설의 전반적 분위기가 표지에도 잘 담겨있다. 잘 어울린다. 몇년 전 존윌리엄스의 스토너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차분한 분위기로 단조롭고 억압받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저항하는 인물의 이야기가 담당하게 적혀있는 모습에서 이 소설과 공통점을 느꼈다. 이웃집에 살지만 40년이 넘도록 직접 교류를 해본 적이 없는 두 남녀가 친분을 쌓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뽑는다면 맨 처음에 에디가 루이스에게 찾아가 동침을 제안하는 장면이다.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는 왜가 없이 그냥 '좋은 사람 같아서요' 라고만 대답한다. 처음에는 이게 굉장히 어색했는데 나중에 차츰 이야기를 하나 둘 해 나가면서 드러나는 그의 인간됨됨이를 통..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21/07/31 요즘엔 허구와 사실이 구분되지 않는 경계을 마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마 앞으로 이런 기회는 점차 늘어날 것 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즐겁게 교류하던 친구의 상실이나, 코로나, ISIS 등 게임의 시나리오적 배경에서만 볼 줄 알았던 상상만 해본 상황의 현실화 등등. 내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과거의 내 경험에 기반할텐데, 죽을 때까지 노력을 해도 나는 세상에 있을 모든 케이스를 직접 경험할 수 없다. 다만 미디어가 발달하고, 나의 관심사도 점차 넓어지기에 새로운 것들을 점점 더 많이 접하는 것일 뿐이다. 반면 특히 소설 등에서 접하는 허구 중 너무나도 사실같아서 구분할 수 없는, 그래서 오히려 굳이 구분해야 하나싶은 작품들을 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의 ..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21/07/18 시는 그래도 이병률씨가 신간을 내거나 친구가 소개해주는 작품 몇을 가끔씩이라도 접하는 반면 단편 소설은 좀체 접할 기회가 없었다. 소설 집필에 관한 클래스를 수강중인데 덕분에 연달아 2권의 단편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아마 이런 기회 없이 혼자 읽었더라면 중간에 덮어버리거나 혹평만 뱉어내고 그 어떤 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수업 전 먼저 읽고 나서는 머릿속에 물음표가 얼마나 많았는지 세지도 못하겠다. 이야기가 다 끝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다음장을 펼치니 난데없이 끝나기도 했고 몇몇은 제목이 내용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수업을 통해 작가님의 해설과 다른 분들이 나누어 준 후감을 듣고 나서야 이해한 내용들, 숨겨진 의미들이 굉장히 많았다. 전체적인 평 명성이 자자한 작가..
여행의 이유 - 김영하 21/06/26 내게 여행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하나만으로는 대답할 수 없는 범주가 무척 넓은 주제다. 각각의 여행 당시 내 상황이나 동행한 사람과의 관계, 그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 여행하게 된 배경 등에 따라 각자 지니는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친구는 이젠 직접 하는 여행과 남들이 글, 동영상 등의 매체를 통해 소개 받는 여행을 구분하는게 헷갈린다고 했다. 또 누군가는 직접 가서 경험할 만한 여행이 있기도 하지만, 실제 수고를 들이는 것에 비해 수확이 크게 없어서 차라리 매체를 통해 소개받는 간접 여행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비록 시점이 좋지 않은 까닭에 가서 즐기지 못하고 되려 불편함과 안 좋은 인상만 잔뜩 짊어지고 오는 경우가 있을 지언정 간..
환한 숨 - 조해진 단편소설집 21/07/17 이방인과 같이 내면에 진득한 관념이 담긴 소설을 적어보고 싶어서 계속해서 시도하는 중인데 좀체 잘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도움을 받기 위해 소설 읽기 클래스에 참여중이다. 총 8편의 장편, 단편 소설을 읽고 주말마다 다른 참가자들과 후감을 나누고 있다. 나는 보통 주요 내용 위주로 빠르게 독서하는 편이라서 깊이 감상하지 못하는데, 후감을 나눠야 한다는 책임감에 보통 때보다 훨씬 자세히 보고 있다. 덕분에 노하우를 많이 배웠고 다른 분들께서 공유주시는 관점에서도 얻는 게 많다. 이번주에는 조해진 작가의 환한 - 숨 이라는 단편소설집을 함께 읽었다. 1. 단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느낀 점 돌이켜보니 고등학교 이후로 단편 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 장편 소설에만 익숙해진 상태에서 단편 소설을 접..
태고의 시간들 - 올가 토카르축 20/03/23 정말 오랜만에 깊이 심취해서 즐길 수 있었던 책이 되었다. 까뮈, 가브리엘 마르케스 다음으로 작가의 서정이 나와 가깝게 느껴졌다. 한 장 한장 소중히 꼼꼼히 읽어보았다. 가상의 도시 안에서 폴란드 역사가 지나가는 배경 속 죽음, 허무함 등에 대하여 소설은 다루고 있다. 사물의 의인화, 물질적 죽음이 아닌 기억 속의 죽음에 대한 관념 제시, 번역서임에도 전해지는 재치있는 표현들 등의 수많은 보물들이 초코칩 머핀 위의 초코처럼 엄청 밀하게 적혀있다. 중간중간에는 작가의 방대한 배경지식들이 본드처럼 적재적소에 등장해서 이야기 사이를 메운다. 새로운 것을 아는 재미도 있다. 내가 언젠가 굉장히 몽환적인 상태에서 생각해보았던 개념들,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거나 비정상같아보여 드러내지 못했던 상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