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7
이방인과 같이 내면에 진득한 관념이 담긴 소설을 적어보고 싶어서 계속해서 시도하는 중인데 좀체 잘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도움을 받기 위해 소설 읽기 클래스에 참여중이다.
총 8편의 장편, 단편 소설을 읽고 주말마다 다른 참가자들과 후감을 나누고 있다.
나는 보통 주요 내용 위주로 빠르게 독서하는 편이라서 깊이 감상하지 못하는데, 후감을 나눠야 한다는 책임감에 보통 때보다 훨씬 자세히 보고 있다. 덕분에 노하우를 많이 배웠고 다른 분들께서 공유주시는 관점에서도 얻는 게 많다.
이번주에는 조해진 작가의 환한 - 숨 이라는 단편소설집을 함께 읽었다.
1. 단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느낀 점
돌이켜보니 고등학교 이후로 단편 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
장편 소설에만 익숙해진 상태에서 단편 소설을 접해서인지 처음에는 함축적인 특성 때문에 굉장히 거북했다.
하지만 또 이렇게 얻은 내용을 정리하면서 다시 돌아보니 배울 점이 참 많기도 했다.
2020년도 신춘문예 당선 시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요즘 시들은 운율이 모두 글자수가 아닌 글 속의 호흡에 녹아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단편 소설에서도 요즘의 시 같은 intangible한 내적 운율이 우선 느껴졌다.
또한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직접적이 표현 대신 최대한 압축시키고 쫄여서 함축적이거나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는데, 상황표현을 최대한 졸여서 함축적으로, 또는 대상의 겉모습을 묘사함으로서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굉장히 세련되고 우아하게 느껴졌다.
한정된 공간에 모든 표현을 우겨넣어야 하기 때문에 여행가방처럼 압축되어야 해서 그런가보다.
단편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조해진 작가에 대하여
조해진 작가는 소설의 소재에 삶의 고통을 자주 사용하는데 타인들과 나누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소설 주인공 대부분이 성공했거나, 상류층이라고 할 수 없지만, 자기보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부채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다.
같은 사회 내에 속했더라도 비슷한 무리와만 지내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 특히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접하기 힘들다. 이 상황에서 어떤 특단의 행동을 통해 도움주는게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고통에 귀기울이고 공감하며 함께 가슴아파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러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어요~ 라는 어조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느낌이 전반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각각 비추는 삶은 뭔가 개운하거나 멋진 삶이 아니었고, 오히려 다양한 방면으로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었다. 개중에는 나도 언젠가 겪어보았을 상황도,정 반대로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안쓰러움을 많이 느꼈다.
또한 소설에서는 공통적으로 구름에 대한 이야기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편편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구름을 바라본다.
소설마다 공통적으로 담기는 구름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작가의 소설들이 하나로 묶이는 매개체가 하나 있는 느낌이다.
3. 소설 집필시 참고할 만한 점
- 나의 목소리에 대해
소설에는 작가가 소개하는 서사도 있지만 (무슨 내용의 이야기가 담겨있는지에 대한 관점)
작가의 목소리 자체를 보는 재미도 있을 수 있다.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하는지에 대한 관점)
영화는 배우 자체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책의 경우 작가가 직접 쓰는 대사를 통해 전달되므로 작가 본인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문장의 유기성, 즉 이 문장 다음에 어떻게 오는지, 뭐가 오는지 등등을 말하는데 나의 목소리, 나의 문체는 어떠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 공감에 대해
작가가 인물을 잘 그리면 해당 인물이 나와 얼만큼 닮았는지 여부에 관계 없이 표현된 삶 속의 한 순간에서 굉장한 이입과 공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 인물을 내가 알 것만 같은 순간이 있다고 한다.
공감은 같은 경험, 같은 상황을 공유해야만 가능한게 아니라는 것을 소설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소설이나 매체를 보는 건 미지의 이야기를, 새 이야기를 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언젠가 나를 스쳐 지나갔을지 모르는 과거의 나를 보고 싶은 때도 있다.
- 결정적 장면에 대해
작가는 장면을 담는다. 장면이라 함은 단순히 이미지만이 아닌 감성이 더해진 것을 말한다. 소설에는 작가가 힘을 가득 준 주요한 결정적 장면이 있을 것이다. 간혹 독자가 생각하는 결정적 장면과 차이나기도 한다. 이 결정적 장면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진열을 잘 하는 노력도 필요하겠다.
그 외에도 사물의 의인화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한국어 특성상 이질감이 들 법했는데, 기법적으로 괜찮게 보였다. 표면적 표현을 통해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특히 효과가 좋은 경우가 많이 보였다.
- 자판기가 컵을 뱉었다 등등
4. 결론
- 나만이 낼 수 있는 줄거리, 플롯도 중요하지만, 이를 적어내는 나만의 목소리도 중요하다.
- 은연중에 장편 소설만을 생각했는데, 어쩌면 축약된 대사 / 간접적 표현 / 가려진 메시지 등 단편 소설의 특징을 잘 살린다면 주제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식에서 단편 소설이 훨씬 우아하고 짙은 공감대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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