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0) 썸네일형 리스트형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 - 백가흠 24/10/05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법령에서 요구하는 절차와 사양을 맞춰 건물을 짓는 일, 선험적 지식으로 후손을 낳는 것과 같이 이미 정해진 방법을 따르면서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예술의 창작은 방식과 절차마저 내 손에 모두 달려있기에 훨씬 힘든 일이라고 여긴다.무엇을 적을지, 어떤 방식으로 적을지 어디까지 채울지 내가 생각하고 결정내려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 결정들의 공통점이 수렴하는 방향이 올바른 곳을 가르키는지 내 스스로 되뇌어보면서 말이 되는지, 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상상해보는 것이 굉장히 고되었다. 창작의 고통이 어떠한지 느끼고 난 뒤에 나는 예술가들을 선망하게 되었다. 그들이 만든 작품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일상과 우리의 영혼을 가꾼다...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발터 벤야민 24/06/28 예술품 중 창조 과정에서 대량생산적 요소가 관여하는 부류에 나는 거부감을 느낀다. (소설이나 음악과 같이 작곡이나 집필하는 창작의 순간이 아닌 이를 담고 파급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대량생산을 거치는 방식들은 제외다.) 팝아트나 포스터, 판화 등 작가가 마음을 먹는다면 언제든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리고 만들 때마다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제작이 가능한 것들에서 무얼 주목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무 젓가락들의 무늬는 다들 고유하다.하지만 의미가 없다. 그냥 기계를 거쳐 가공된 물건일 뿐이다. 물론 이는 내가 아직 이 기법들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원본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작품들도 내겐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바로 그 것', '믿고 보는 ~' 등 .. 사회계약론 - 장 자크 루소 24/05/02 우리에겐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태어난 순간부터 어린이가 된 시점 사이 언젠가 나도 모르게 내 것이 된 것들이 제법 있다.당연히 내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다.여기에는 성별, 어느 손이 더 익숙한 지, 나중에 세분화된 성향으로 발전하는 기본적 취향, 성격 등이 있다.삶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모든 생각은 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Je pense, donc je suis) 그리고 여기에는 국적이 포함된다.어떤 특정한 나라의 국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그 나라의 국가체계, 법률 등을 따르겠다는 암묵적 동의가 담겨있다.그렇지만 우리는 이 동의를 직접 한 적이 없다.다만 사회적 관습과 법 체계를 하나 둘 배우고 따르는 행위를 동의라고들 여긴다.(라고 나는 .. 조선왕조 도자오백년 @ 동곡미술관 23/11/19 동곡미술관으로부터 조선 백자에 관한 특별전이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 왔다. 마침 광주에 있었어서 일요일 오전 잠시 미술관을 방문했다. 마침 최근에 중국 남경에 있는 국립박물관에서 자기의 본고장다운 다양한 자기들을 보고 온 터였다. 비교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연초에 다녀온 파리의 기메동양박물관에서 본 도자기들도 떠올랐다. 일요일 오후 햇살을 받으며 여유롭게 보문고로 향했다. 미술관은 여느 때처럼 한산했다. 덕분에 여유로운 템포로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동곡미술관을 맨 처음 방문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박물관을 둘러보는 우리를 유심히 보시던 학예사께서 재킷으로 갈아입고 오시더니 하나하나 친절하게 소개해주시던 베풂의 여운이 지금까지도 굉장히 길게 이어지고 있다. 뿐 만 아니라 매번.. 인간 불평등 기원론 - 장 자크 루소 23.12.24 접한 배경 릴레이 식으로 전에 읽은 책에 언급된 책들을 이어서 읽는 중이다. 마침 중고서점에 방문하여 다른 책을 찾던 중 눈에 띄어서 집게 되었다. 유시민씨의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소개받아 적어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의 내용 디종 아카데미가 기획한 ‘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 에 관한 현상 논문에 응모하기 위해 루소가 적은 글이다. 그가 이에 앞서서 쓴 학예론을 연장하고 보완하는 책이기도 하다. “자연 상태에서는 불평등을 거의 느낄 수 없었으며 그 영향도 거의 없다. 불평등의 기원과 발견을 인간 정신의 지속적 진보에서 기인한다.” 그는 불평등이 문명의 발전 탓에 생겨났고 이는 자연법에 위배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자연법이란 공동의 이.. 프랑스 여행기_미슐랭 1스타 식당 방문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특별한 약속이 아니면 비싼 식당을 좀체 가지 않는다. 맛집을 찾아가지도 않고 식당에 줄을 서는 것도 싫어한다. 그냥 먹고 싶은 것만 대략 정해서 자유롭게 새로운 곳을 가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프랑스에서 하게 될 식사 중 한 번은 미슐랭 식당에서 하고자 한 것은 음식을 담는 방식과 즐기는 방법이 궁금해서였지 음식 때문이 아니었다. 먹어보고 싶었던 것들은 이미 다른 식당에서 충분히 먹었었다. 이번 식당은 메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와있지 않았다. 파리에는 미술랭 식당이 굉장히 많다. 가격도 점심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 저녁식사 가격이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일정을 고려해서 숙소 근처를 뒤져봤는데 마침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상설전시관 방문 '미'라는 범주에 어떤 것을 담아야 하는가 한 동안 한참을 이것만 고민한 적이 있다.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나 다움이었다. 나는 '미'에 나 다운, 또는 나와의 공통점이라는 정의를 담는다. 그 다음으로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미'를 확실하게 정의하기 위함이었다. 타인의 피조물들을 감상하면서 그 중 나의 시선이 오래 닿는 것들을 추려 여기에 왜 시선이 오래 머무는 지 나름의 추론을 사색하여 수집해왔다. 지금 이렇게 후기를 남기는 것도 결국은 나 다움을 쫓고 쫓아 아름다움을 반복하여 더욱 더 상세하고 명쾌하게 정의하려는 행위이다. 나 다움은 국적의 영향을 짙게 받는다. 외국 문물이 경계 없이 드나드는 시대이고 외국 생활도 숱하게 했지만 나 같은 경우 외부와 짙은 교류 이후에는 오히려 조국과 더 가.. 프랑스 여행기_관광지편 음악 관련된 곳, 음식 메뉴 그리고 산책 위주로 여행 일정을 잡다보니 방문한 관광지는 많지 않다. 기메 동양박물관 / 베르사유궁 / 시내 산책 / 생제르맹 성당 / 루브르 박물관 정도를 계획하고 방문했다. 기메 동양 박물관 에밀 길레라는 사업가가 리옹에 세워두었던 아시아 유물 박물관을 정부가 지원하여 파리로 옮겨왔다고 한다. 한국관이 오래전부터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고 해서 관심이 생겨 희망 방문지에 담아두었다. 100여년 전 한 한국인이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노력한 덕분에 일찍부터 한국관이 마련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홍종우이며 나중에 김옥균을 암살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수교를 맺은 시점 즈음 샤를 바라라는 인물이 고종 황제의 허가를 얻어 프랑스인 최초로 전국을 여행한 적..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