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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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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의 눈, 조형언어를 이야기하다 @ 인사아트센터 20/01/09 40여년 동안 마술사학자로 활동한 강우방씨가 그간 촬영했던 문화재 사진 7만여점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인사아트센터에서 관련 자료를 20일까지 전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없거나, 정돈되어버린 문화재들의 옛 모습을 간직한 오래된 사진을 가끔 만나면 생소함과 함께 흑백의 바랜 사진 속에서 아우라 같은 것도 느껴지길래 관심있게 보고는 하는데 비슷한 것들이 많길 바라고서 퇴근길에 들러보았습니다. 전시는 총 2개 층에 나뉘어 진행중입니다. 1층에서는 기증된 사진들이 영상 형태로 상영중이고, 2층에서는 강우방씨가 문화재에 새겨져 있는 문양 등의 조형에서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했던 스케치 등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1층 영상을 통해서 석굴암 불상과 벽면의 조각들을 자세..
한국의 수묵채색화 @ 인사 아트센터 20/02/14 한국 수묵채색화라는 주제로 가나문화재단에서 소장중인 한국 근현대사를 꿰뚫는 동양화 미술품들을 3개 층에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전시품이 굉장히 많아 제대로 보려면 2시간은 잡고 가야 할 것 같다. 1층:’청전 이상범’(그의 산수화 전시), 2층:’한국화의 전성기’(김기창, 박래현, 장우성, 박노수 화백의 수묵담채화 전시), 3층:’한국화의 새로운 모색’(박생광, 권영우, 이응노 화백의 추상화 작품 전시) 1층 최소한의 색깔로 표현된 산촌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걸려있다. 경계가 없게끔 처리하여 경계를 그린 모습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첫 작품은 운무가 습기를 가득 뿜은 장마철 지리산에서 본 듯한 구름에 드문드문 가린 산의 분위기를 굉장히 잘 담고 있었다. 기와지붕의 경계는 한 작품..
모네에서 세잔까지 @ 예술의 전당 20/02/18 인상파는 주류파 밀려 파리 살롱전에 번번히 낙선하던 와중, 당시에 낙선을 거듭했던 자들끼리 전시를 연 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인상주의 화풍에는 클라우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알프레드 시슬레, 프란시스코 피사로, 에드가 드가 등이 작가가 포함된다. 인상주의 화가들을 물리치고 살롱을 채웠다는 당대의 주류를 알고 싶어 검색해보니 아카데미 화풍이라는 정밀한 묘사에 집중한 화풍이라고 했다. 정교하고 부드러운 붓질을 통해 신화적 소재를 다뤘으나, 실제로 보지 않은 것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면 등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점차 나중에 인상주의로 변화한 것 같다. 수많은 작품 중 눈에 붙는 작품에 붙어서 집중해서 관람했다. 폴 세잔 인상주의와 모더니즘을 연결하는 중간화석 격의 인물..
격정과 환희 - 발렌티나 리시차 피아노 리사이틀 @ 예술의전당 20/03/23 청년 쇼팽이 파리로 진출한 계기중에는 피아니스트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던 당시 상황도 한 몫 한 듯하다.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1830년대 파리의 인구가 100만여명이었을 당시 파리 내의 피아노는 7만대가 넘었다고 한다. 녹음기의 등장 전이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공연장으로 발걸음해야 했다. 당시 피아니스트는 지금의 아이팟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이 말을 접하고서는 더 뜸하게 공연장을 찾게 된 것 같다. 왜냐하면 소리 뿐 만 아니라 영상까지 더해진 매체들 덕분에 굳이 공연장을 가지 않고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리시차가 오랜만에 방한한다고 하여 관람하게 되었다. 그녀의 공연은 2011년 뉴욕, 2013년 여수 예울마루 ..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 고양 아름누리 미술관 20/05/10 French Modern : Monet to Mattisse (1850 - 1950) 라는 주제에 담겨있듯 프랑스가 미술사적 중심에 위치할 당시 활동했던 작가들이 만들어낸 인상주의부터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갈래의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감상했던 작품 몇 가지를 공유합니다. 1. 장 프랑수와 밀레 - 양떼를 치는 남자들 한바탕 비바람이 몰아치고 난 직후인 듯한 무거운 분위기. 저 멀리 구름이 잠깐 끊긴 틈을 통해 일광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는데 선명한 빛줄기에 비해 나머지 요소들은 어둡고 선명하지 않아 대비를 이룸. 이 덕분에 빛줄기가 더 부각되는 느낌. 강렬한 색과 대비되는 흐릿하고 어두운 표현을 통해 이미지적 형상이 아닌 분위기적 형상을 그려낸 모습이 인상적이었..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 롯데뮤지엄 20/11/22 내가 판단하는 예술의 가장 큰 의의는 메시지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역할이다. 이 기준으로 대부분을 바라보고, 앞으로 내가 가지게 될 나만의 그릇을 만드는데 참고하고 있다. 희귀한 기회로 누구나 봐도 아름답게 어울리는 메시지와 그릇 쌍을 만날 때도 있고, 메시지에 비해 그릇이 너무도 작아 장황해지거나, 지루하거나, 아니면 어울리지 않아서 조화롭지 못한 사례들도 무척 많이 본다. 이 조합의 적절함 여부를 나만의 잣대로 비교해보는 재미가 굉장하다. 최근 현대에 제작된 미술작품들을 보면서 하나 더 느낀 것이 있는데 바로 그릇의 높이가 높은 작품들의 경우에는 그만큼 나도 키가 높아야 속에 시선이 닿는다는 점이었다. 그릇의 옆구리에 가려 내용물을 볼 수 없다면 나에게 작품은 그저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
전쟁고아와 함께 한 삶 - 공개구술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20/11/20 미국 워싱턴 주의 Capital City Olympia를 방문한 적이 있다. 워싱턴 주는 미국 여러 주 중에서도 한국전 참전용사가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 의회 한 편에 크게 한국전 추모공원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지라 반갑기도, 고맙기도 한 마음으로 방문한 공원에서 발견한 초석에는 이렇게 크게 한글로 적혀 있었다. 잊혀진 전쟁 글이 적힌 의미는 약간 다르겠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큰 부끄러움을 느낀 기억이 난다. 명백한 핑계이지만, 이과로 진로를 정하면서 시작된 학업, 취업 등의 과정에서 나는 역사에 대한 야트막하고 전해듣기만 한 지식만을 지니게 되었다. 한국전쟁과 그 이후 사회 발달사에 대해서도 소상한 내용은 알지 못하고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는데, 남의 나..
새 보물 납시었네 @ 국립중앙박물관 20/07/22 2017 - 2019년 들어 추가로 등록된 국보, 보물을 전시중이다. 공개하는 문화재 중 조선왕조실록, 삼국사기 등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길래 실물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 같아 관심이 생겨 첫날 관람했다. 실록은 조선왕조 중간의 전란에도 사본이 여럿 있었던 덕분에 내용이 현전한다고 한다. 한 왕조의 역사가 세세하게 모두 담겨있는 가치를 인정받아 97년 유네스코에 등록되었다. 실물을 본 소감으로는 우선 책 자체가 생각보다 굉장히 길고 컸다. 거의 400mm x 700mm 정도는 되어보였다. 또한 대부분은 활자 인쇄본이었으나, 광해군일기와 같이 일부 필사본도 있다. 주체에 따라서 관점을 달리하여 같은 시점을 다시 기록한 내용도 소개되어있다. 최석정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노론과 소론 양 정당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