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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기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 고양 아름누리 미술관

20/05/10

French Modern : Monet to Mattisse (1850 - 1950) 라는 주제에 담겨있듯 프랑스가 미술사적 중심에 위치할 당시 활동했던 작가들이 만들어낸 인상주의부터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갈래의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감상했던 작품 몇 가지를 공유합니다.


1. 장 프랑수와 밀레 - 양떼를 치는 남자들
한바탕 비바람이 몰아치고 난 직후인 듯한 무거운 분위기.
저 멀리 구름이 잠깐 끊긴 틈을 통해 일광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는데
선명한 빛줄기에 비해 나머지 요소들은 어둡고 선명하지 않아 대비를 이룸. 이 덕분에 빛줄기가 더 부각되는 느낌.
강렬한 색과 대비되는 흐릿하고 어두운 표현을 통해 이미지적 형상이 아닌 분위기적 형상을 그려낸 모습이 인상적이었음.

2. 윌리엄 부케로 - 누나
종교적인 의도인 듯한 구도로 누나가 동생을 안고 있는 작품.
무엇보다 표면의 광택을 굉장히 잘 표현되어 있음.
아기의 금발 머릿결의 광과, 누나의 상 하의 부분부분 울어있는 부분의 질감이 굉장히 사실적임.
만져보면 정말 그 부들부들한 느낌이 날 것만 같이 표현되어있음.
뒷 배경으로 깔린 검은색은 단색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색채가 부분부분 다르다.
모두가 모여 하나의 통일된 색으로 묶여있지만 부분부분 다른색으로 표현됨.

3. 쥘 브로통 - 양초를 들고 있는 농민 여성
검정 단색 옷을 입고 길쭉한 초를 들고 선 여인의 측면을 표현.
촛불을 제외하고는 모든 주변부가 무채색으로 처리되어있음.
굉장히 길쭉하고 위로 갈 수록 얇아지는 초 위로 불길이 얇고 길게 이어지다 끊어지고, 끝은 연기로 마무리되어 있음.
찰나의 불꽃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함.

4. 앙리 팡탱 라투르 - 마담 레옹 마스터
짙고 붉은 갈색 벽을 배경으로 한 여인이 붉은 소파 위에 앉아있다.
파란 드레스, 붉은 벽, 노란색 계열의 천, 붉은 배게 등에서 특정한 색을 표현할 적에 정작 그 색은 사용되지 않은 점이 돋보인다.
그림을 봤을때 내 눈이 받아들인 색과 내가 머리속으로 이해한 색이 서로 다르다.
A를 표현하기 위해 B를 사용했는데 모두가 오해없이 A를 떠올리는 멋진 순간.

5. 쥘 브로통 - 귀갓길
왼쪽 중천에 해가 떠 있고 농부들이 목화밭을 거닐고 있고
열맞춰 자란 목화가 비워둔 공간을 따라 빛이 퍼지고 있다.
해 부터 아래로 이어지는 빛줄기가 어색해 보이다가도
주변과 잘 섞어보면 아주자연스럽다.
목화씨와 목화솜이 만드는 개별 점 요소들이 모여서 밭을 이루는데
꽃 각자로서도, 동시에 무리가 되어 밭으로서도 잘 표현되어있다.

6. 알렉산더 아키펜코 - 더 레이
조소 작품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로댕의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구성이 너무 복잡했던지 해석이 어려웠던 반면
이 작품은 단순하면서 구조가 눈에 다 들어와 계속 눈길이 닿았다.
단일의 면에 표현된 그림과 달리 조소는 반대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림이 채색을 다양하게 쓰는 대신 조소는 입체를 색깔처럼 활용하는 듯하다.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고 뜻을 짐작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7. 귀스타프 쿠르베 - 파도
가까이서 봤을 때 이미지가 일그러져 보이길래 갸웃했는데
다시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니 멋진 포말이 되어 파도를 구성한다.
관찰자의 거리도 고려가 필요하겠구나 생각해봤다.


올해 목표 중 하나로 그간 머릿속에만 존재했던 어떤 이미지를 실제로 종이 위에 그려볼 생각입니다.
구도와 요소, 뜻만이 아직 둥둥 떠다니는데 이를 구체화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작품을 감상중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쥘 브로통의 귀갓길에서 본 구도가 제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구도와 굉장히 가까워서 참고할 만 했고,
빈 공간을 단색이지만 단색이 아니게끔 그리는 기법으로 채색한 방법,
그리고 점묘법을 통해 전체적 이미지와 개별의 요소가 공존하는 사례를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추상적인 이미지가 좀 더 구체화되어가는 중입니다.

작품들은 작가들이 품은 고유한 언어라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을 이루는 요소를 이해하기 위해 나만의 방식으로 요리조리 재구성해보고 추측하던 중 해석을 하게 되는 그 순간에 느끼는 공감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복잡한 요소가 가득한 작품은 그런 점이 배가되는 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