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8
전에 방문했을 때 팜플렛을 둘러보니 가까운 시일에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오르간 공연이 있다고되어있었다.
가브리엘 포레, 섕상스, 드뷔시 등 좋아하는 작가들 작품이 레퍼토리 대부분을 차지했고 무엇보다 오르간으로 연주한다고 해서 관심이 생겨 예매해두었다.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소리를 직접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덩치에 걸맞게 소리 크기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하고 당일날 공연장을 찾았다.
평일 오전대라서 한적할 것으로 예상하고 느즈막하게 도착했다. 그런데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짐짓 놀란게 인파가 엄청났다. 특히 아이들이 많았다. 아마 학교 방학 기간이라서 부모님들이 많이 데리고 오신 듯했다.
오르가니스트 박준호씨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윤씨가 함께 연주하면서 중간마다 오르간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Program
Vierne : Hymne au Soleil
Faure : Sicilienne
Debussy : Golliwogg’s Cake-walk
Massenet : Meditation de Thais
Saint-Saens : Danse Macabre
Debussy : 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
(앵콜)
- Edward Elgar : Salut d’amour
- Toccata in A minor Op. 14 (누구 작품인지 모르겠다.)
프랑스 음악의 특성이라면 시각적인 대상을 음악으로 묘사한 점을 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동화될 수 있게 보편성이 많이 녹아있다고 소개받았다.
(반면 독일음악은 굉장히 심오하고 진지한 특징을 대체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시원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오르간 소리는 정말 좋았다.
특히 발건반 맨 마지막 키에서 전해지는 초저음 진동은 굉장히 강해서 주변 공기가 함께 떨리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초 저음역대의 오르간 소리와 초 고음대의 바이올린 소리가 교차하는 순간은 정말 백미였다.
두 악기가 함께 연주되는 경우를 접해본 적이 없어서 어색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들어보니 정말 너무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잘 어울렸다.
오르간이 단색의 바탕색이라면 바이올은 그 바탕위에 섬세한 무늬를 새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포레의 시실리안느는 보통 하프로 연주되는 버전을 유튜브에서 들어왔다. 그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가 오르간 바이올린 버젼에서는 더 극대화되어 좋았다.
Danse Macabre / Hymne au Soleil 그리고 마지막에 연주된 Toccata (작곡가가 누군지 모르겠다. 앵콜곡이라서 제목을 소개받지 못했는데 다행이 Shazam 음악검색에서 제목을 얻을 수 있었다.) 는 오르간으로만 연주되었는데 오르간의 화려한 음색과 굉장히 잘 어울렸다. 특히 마지막 토카타는 앞으로 최소 1주일은 계속 돌려서 듣게 될 것 같다. 지금도 계속 반복해서 듣는 중인데 화려한 맛이 마음에 쏙 든다.
연주 중간중간 오르간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벽면에 설치된 파이프를 통해 공기가 나가면서 소리가 난다는 것만 알고 나머지는 전혀 몰랐는데,
오르간 내부까지 비디오로 비춰주면서 소개해주어서 전반적인 작동 원리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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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은 제작보다는 건축되는 악기이다. 기간도 기간이거니와 (롯데 콘서트홀 오르간의 경우 시공에 2년 반이 걸렸다고 한다.) 콘서트 홀 자체가 울림통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롯데 콘서트홀에 설치된 오르간은 오스트리아 리거사의 제품으로 5천여개가 넘는 관이 설치되어있다. 또한 68개의 음색 표현이 가능하다.
이번 연주는 무대 중간에 설치된 오르간으로 연주되었는데 이 기계는 벽면에 붙어있는 메인 오르간 본체와 무선으로 연결되어있다. 전자식이다. 스톱 세팅도 미리서 파트마다 순서대로 프로그래밍 해두고 버튼으로만 눌러서 쉽게 변환하는 듯했다.
오르간 3가지 요소에는 바람 / 파이프 / 연주대(건반)이 있다.
오르간 건반은 손건반 4개 / 발건반으로 이루어져 있고, 본체 바깥쪽에는 스톱이라는 버튼으로 구성되어있다.
건반은 음색을 끄고 켜는 역할을 하며, 스톱은 바람이 배관으로 흐르거나 흐르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스톱이 눌려있지 않다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스톱이 하나만 눌려있다면 그 배관 특성에 맞는 소리만 들린다.
오르간 연주를 위한 전용 신발이 있다. 좁은 발건반 사이를 고려해서 앞코가 좁다. 앞꿈치와 뒷꿈치를 이용해서 연주하므로 뒷굽도 높이가 조금 있는 편이다.
파이프는 크게 공명형 / 리드형이 있다. 공명형 파이프 중에서 나무 파이프와 쇠파이프 두가지 샘플을 들고 나와 각자의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나무의 경우 단일음이 아니라 복합적인 음이 더 많이 섞여있어 풍부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금속의 경우 소리가 비교적 덜 섞여있어서 단조롭지만 동시에 청명한 느낌이다. 리드형 파이프는 오보에, 클라리넷과 원리가 같은데 내부에 떨림관이 있어서 그것이 진동하면서 소리가 난다. 덕분에 뿌우~ 하는 엄청 큰 소리가 뿜어져 나온다.
오르간 본체 맨 밑에는 바람상자라고 불리는 네모난 나무상자가 존재한다. 배관으로 보내는 풍량만큼의 용적을 가지고 있고, 일정한 정압으로 배관에 바람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바람주머니 위에는 무게추 역할을 하는 벽돌들이 가지런히 쌓여있어서 바람상자를 일정한 무게로 눌러준다. Static Pressure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함인 듯하다. 기계로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전 방식을 고집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아마 그리고 컴프레서를 통해서 일정한 바람을 계속해서 불어넣어주는 듯하다.
스토퍼는 on/off만 할 뿐 그 자체로 소리 세기를 조절할 수 없다. 대신 배관 다발이 담겨있는 스웰박스라는 큰 나무상자(방이라고 말하는게 더 맞을 수도 이쎅ㅆ다.) 의 벽이 열리고 닫히는데 그 개구부 opening ratio를 통해서 소리 크기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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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을 악포 파트마다 굉장히 자주 바꾸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마 오르간 악보에는 건반 외에 스톱을 조작하는 지시도 함께 나와있나보다.
또한 페이지 터너가 스톱을 변환하는 버튼을 대신 눌러주던데 간혹 멀리 있는 건반의 경우 대신 눌러주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오르간 연주를 둘이서 하는 셈이었다.
자주 접하지 못한 소리를 직접 듣고 원리에 대해 소개받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앞으로 오르간을 이용한 작품도 많이 접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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