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8
공통으로 따르는 법과 국적 등을 매개로 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우리나라를 이룬다.
이 중에는 사회를 선도하는 큰 역할을 하는 구성원도 있고, 본인이 품은 뜻을 실현하기 위해 꿋꿋이 노력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길을 잃고 떠돌거나, 소외되어 저 바닥에 가라앉아 연명하는 안타까운 사람들도 많다. 전자들의 경우 회자되는 경우도 많고, 매체 등을 통해 항상 노출되지만 후자는 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이다보니 우리는 우리 사회속 이 부분에 대해 이따금씩 의식할 뿐 대체로 망각하고 지낸다.
이 부분에서 매체의 사회적 존재 의의를 찾는다. 우리 사회는 내가 속하는 그룹인 동시에 어떤 틀에서는 나 자체이기도 하다. 나는 자조적으로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 매체는 이 목적에 맞게 사회의 곳곳을 비추어주는 역할을 마땅히 담당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유퀴즈 온 더블럭이나, 다큐 3일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한 작가나, 진행자들에 굉장한 존경심을 느낀다.
김완씨의 <죽은 자의 집 청소> 도 보통 접하기 굉장히 어려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사회의 구성원에게 공유하고 있다. 망자의 자취를 지우는 직업을 가진 그가 매일 맞딱드리는 엄숙하기도, 참혹하기도 한 공간에서 느꼈던 점을 적어두었는데, 굉장히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사실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장면들이 많다.
이러한 일상들 속에서 풀어내었던 그의 굉장히 깊고 진중한 생각들이 섬세한 표현으로 나열되어있다. 글솜씨도 생각도 모두 인상깊었다.
삶의 시계가 멈춘 공간 속 주인 잃은 잔해에서 인생의 덧없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순간이 예고 없이 어느 순간 찾아올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미루었던 나의 일정들을 좀 더 바투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 외에도 여러 생각이 교차로 가득하게 왕래했다.
여럿을 적 막연한 상상으로는 온전한 성인으로서의 삶은 핑크색 가득한 달콤한 일상의 연속일 것 같았는데, 실상은 맞딱뜨려야 하는 현실적인 것들에 의하여 핑크의 선명도가 굉장히 바래게 되는 것 같다.
책을 통해 마주한 현실도 핑크색의 채도를 어느정도 낮추었다.
그렇지만 이는 삶의 기대가 꺾였다기보다는, 오래된 비석의 이끼가 주는 세월의 긍정적 이미지처럼 삶의 관록이 좀 더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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