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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엥케이리디온 - 에픽테토스

20/08/13

 

 스토아 학파의 에픽테토스라는 사람의 책이라고 한다. 엥케이리디온이라는 말은 편람이라는 뜻인데, 그가 적은 어록 8편을 갈무리하여 만든 책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편람이기에 자연히 수상록 형태로 50여개의 주제가 적혀있고 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이루어져있다. 이제까지 읽었던 쇼펜하우어나 몽테뉴 등이 쓴 수상록은 두서없이 머릿속 생각을 나열해둔 느낌이라서 굉장히 산만한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제별로 연관에 연관을 잇는 구성으로 이루어진건지 방해없이 진지하게 이어서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내용 모두가 공감되는 소중한 내용들이었다.

 내용중에는 숫타니파타에서 보았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 소크라테스의 Gnothi Seauton도 느껴졌다. 이번에도 그랬듯 동서양 철학서를 번갈아 읽다보면 서로 겹치는 바가 많이 느껴진다. 서로 교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류 보편적으로 인생 경험에 따라 귀결되는 결론들이 정해져 있나보다.

 행복에 대한 개념이 인상깊다. 자유롭게 올래뽈래 하고 싶은걸 마음대로 하는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내 뜻에 맞게, 자연의 섭리대로 사는 것을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인생의 목표를 행복으로, 자유를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예언과 신의 존재를 구분하라 / 신앙의 본질은 자연의 섭리를 믿는 것이다.’ 등 종교에 대한 내용도 무신론자적 입장에서는 공감이 되었다.

 그 외에도 다음의 내용이 와닿았다. 
외란에 흔들리지 말라 / 명성에 흔들리지 말라 /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구분하라 / 자유로움에서 행복이 발현된다. 인생은 행복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로워지도록 노력하되, 자유의 대상을 인식하라.

 2천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두고 생존했던 자의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 물질문명의 발전에 관계없이 인간의 삶은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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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자신의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과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제대로 판단하고 활용하는 이성입니다. 그러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그대는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 때야 비로소 온전히 자신만의 장점 때문에 그대는 돋보이는 것입니다.


가장 본질적인 것에서 눈을 떼지 마십시오.

어떤 일이 일어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십시오.

누군가 당신의 몸을 길에서 만난 아무에게나 넘겨준다면 화날 것입니다. 정신도 똑같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질서정연한 자연의 섭리를 믿는 것입니다. 신에 대해 올바른 견해를 갖아야 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원칙은 침묵입니다. 침묵할 수 없다면 꼭 필요한 말 몇 마디만을 하십시오.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을 만날 때 소크라테스나 제논이라면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를 잠시 생각해보십시오.

어떤 일에 대해 일단 결정을 했다면 누구 앞에서든 거리낌없이 행동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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