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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방문

21/02/10

 

미니어처 건축 조형물을 전시한다는 인스타 광고를 보고 관심이 생겨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역에서 꽤나 떨어져 있는 탓에 걸어서 들어가는데 시간이 한참 걸리긴 했지만 오랜만에 평일 오전 햇살 받으며 걷는 동안 은퇴하신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운동하시는 모습도 보고, 출근하는 아르바이트생들 구경도 하는 등 모처럼 일상적에서 자주 못 보던 이색적인 풍경도, 느낌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과천이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좋은 목 산 중턱에 반쯤 묻혀 마치 산성처럼 위치한 모습부터  잔디 조경, 중간중간 서 있는 조형물 그리고 입구에 줄지어서 심어진 자작나무도 엄청나게 멋졌다.

전시를 보기 전부터 모든게 다 멋져보여서 다음에 다시 또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2시간동안만 관람이 가능한 반면 진행중인 전시가 굉장히 많아 결국 반도 못 보고 아쉽지만 돌아와야 했다. 지난주 기준으로 한국 근대미술 관련 전시가 굉장히 대규모로 진행중이었고, 그 외에 공예전시 그리고 한국 건축과 디자인전이 진행중이었다.


1. 한국 건축 디자인전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지라 자연스레 건축물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국내 건축품 미니어쳐 모형이 있다는 말에 혹하게 되어서 오게 되었는데,  와서 보니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건축사적 프로젝트 유치를 계기로 그 이후에 대한민국 건축사가 어떻게 발전했는가라는 역사적 관점의 의의를 지닌 전시였다. 
초기 시각디자인 컨셉을 잡는 과정, 고려하는 내용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전시로 시작해서 당대 맨 바닥에서 모든걸 직접 만들어내야 했던 금성사 프린터 담당자의 회고(한글 폰트도 다 자체 제작했다고 한다.), 방송 자막 담당자의 회고(손으로 일일이 필름에 자막을 붙이던 시절의 설명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 제가 옛날에 컴퓨터 세계에서 새걸 보았다면 이제는 컴퓨터를 통해 세상에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라는 말씀에서 느껴지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다.) 등이 이어져 있었다.
연대별로 우리나라 건축사, 디자인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훑어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대형 건물의 블루프린트, 건축물 각 요소를 시공하기 위한 상세도 등 제가 업무에서 접하는, 지금은 모두 디지털화되어있는 성과품들의 예전 형태를 볼 수 있어 특히 흥미로웠다.

중간중간 당대의 사진들도 많이 걸려있었는데 어렸을 적 회고하면 어렴풋이 기억나는 예전 한국의 모습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2. 유강열과 친구들 - 공예의 재구성

먼저 전시를 보고 나서 딱 50분이 남길래 비로소 다른 전시에 눈을 돌려보았는데, 공예라는 단어를 ‘공업이 예술의 위대한 힘을 빌어낸 것’ 또는 ‘ 자기 두뇌에 착상되는 형상과 문양과 색체 등을 어떠한 기물상에 표현기킨 것’ 로 정의하는 대목에 확 이끌려 전시관으로 스르르 빨려들어갔다. 
우리나라 고유 예술적 색채를 실용적인 물건에 투영하고자 노력했던 유강열 선생님을 회고하는 전시였는데, 우리나라 골동품들을 수집하고 참고해서 이를 옷장, 바닥무늬, 가구 등에 응용하려고 노력하셨다고 한다. 
부의 미래에서 주목했던 프로슈밍이라는 컨셉에 요새 주목하고 있어서 저만의 무언가를 제가 주도적으로 구성에 전적으로 관여하여 직접 만들어보는 시도를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중인데, 거기서 소개받은 실용적인 가구 등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매료되었다.

일상에 예술적 요소를 많이 담으려고 했던 시도들을 많이 참고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먼저 보고 왔던 건축전만큼 많은 의미를 담아올 수 있었다. 


3. 한국 근대 미술 전시전

미술관 반절 이상을 통해서 한국 근대 미술 전시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정말 시간이 모자라서 여기는 정말 눈길이 가는 몇 작품만 흘끗 보고 와야 했다. 권영우 화백의 단색화 한 작품 오랜만에 볼 수 있어 반가웠고, 다른 작품에서도 감탄이 느껴지는 일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먹으로 그리는 우리나라 산새, 돌담 등에서 굉장히 친숙한 느낌을 한가득 얻을 수 있었다.


딱 2시간동안만 주어져서 전시관 안의 모든걸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지금 와서 거꾸로 생각해보면 아마 제한된 시간을 인식한 덕분에 더 애착을 가지고 집중해서 본 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