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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기

우리 생애의 첫 봄전 @ 일우스페이스

21/05/21

 

일우스페이스라는 한진 건물 1층의 로비를 이용해서 만든 갤러리에서 전시가 열렸다. 가정의 달을 맞아 기획한 특집으로 모자전이라고 한다. 김두엽이라는 90세가 넘은 노모와 그의 아들인 이현영 작가가 그린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작가의 이력이 인상깊었는데, 택배기사로 일하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었다. 그림 그리며 전시를 개최한 지는 12년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홍보 자료에 실렸던 점묘화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삶의 진수들을 작가는 그림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주제가 삶인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 삶을 이해하고자 노력했고, 다시 죽음이 무엇인지 그 본질에 대한 탐구를 계속 했다고 한다. 그래고 깨달은 본질을 그림에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작품의 사이즈가 굉장히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큰 산을 뒤에 둔 넓은 평야에 심어진 나무의 사철(주로 봄인 듯하다) 을 그리고 있다. 아크릴로 그려져서 대부분 인상이 굉장히 분명하다. 작품 별로 색깔의 컨셉이 명확하지만, 그래서 굉장히 붉은 작품도, 굉장히 푸르른 작품도 있지만 그 생기라는 공통적인 요소가 배경이 봄임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작품이 점묘화다.

멀리서 보면 배경에 무언가 가이드로 칠해져 있는 느낌을 받는데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아무것도 칠해져 있지 않다. 

어두운 부분은 대체로 밀하고 입자가 작고, 소한 부분은 입자가 밝고 덩치가 크다. 대신 입자간 간격이 굉장히 넓다. 아마 면봉으로 아크릴 물감을 찍어서 칠한 듯하다.

어두운 배경을 시작으로 메인 바디는 흰 물감이 차지하고 있다. 또는 검은 색을 칠하고 남은 빈 바탕이 흰색이 되기도 한다. 배경이 그러므로 대체로 어둡고, 주제는 밝은 편이다.

하늘의 노을, 구름, 어스름 등이 가로줄로 표현되었는데 정확한 연유를 헤아릴 수 없지만, 굉장히 멋지다. 

다만 함께 전시된 어머님의 그림은 무언가 구도나 면의 채색에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한 것까지는 보이나 크게 어떤 의미 등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작가에게 부모가 미친 영향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전파되었다거나, 부모님의 어떤 부분이 전달이 되었을지 등을 한번 생각해보는데에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 전까지 제일로 꼽았던 점묘화는 조르쥬 쇠라의 작품이었는데, 그의 작품 속 점들은 마치 북한과 같이 대표색에 수렴하는 색을 갖고 있다면, 이분의 작품은 개인으로서도 분별력 있는 색체를 지닌 객체들이 모여 하나의 통일된 색을 이루는 듯한, 개인이되 공동체이기도 한, 그래서 서로가 조화를 이루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건전한 사회를 표현하는 듯하기도 해서 인상깊었다.

작은 전시가 생각보다 곳곳에서 많이 열리고 있었다. 이런 소중한 작품을 보고 나왔더니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반성 섞인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