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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기

Street & Noise @ 롯데월드몰 지하1층 POST

21/04/10

 

 그래피티에 대한 전시가 롯데월드몰 지하에서 진행중이다. 
 발전상 / 기법의 배경 / 각 세대별 특징 등이 잘 소개되어있다.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한 것, 비싸기 때문에 비싼 것 등 고유한 본질없이 단순히 외부적인 입소문과 평가 때문에 부풀려진 듯한 상품이나 미술품들을 많이 접한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그럴 의도가 없는데도 외부에서 본인들을 이용하려는 시도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린 사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막을 떠나서 이런 부류를 보면 천하다는 느낌을 심하게 받는다.
 요새는 화려하게 겉이 꾸며지거나 요란한 것들을 보면 ( 광고 / 미술품 / 상품 / 그리고 특히 사람 ) 가치를 낮아잡게 되고 얼마나 속빈 강정일지를 생각하게 된다.
 현대미술, 그래피티 등에도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시를 통해 일부의 작품에서는 이 편견이 오해였구나 싶었다.

 내가 가장 주목한 그래피티의 특성은 고효율이라는 점이었다. 
 보통의 예술(소설, 음악, 미술)은 관람자들이 주제에 관심을 둘 수 있도록 포장에 굉장히 신경쓰는 편인데, (그래야 구미가 당겨 관심을 갖고 시선을 둘 테니) 그래피티는 남이 이미 만들어 둔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굉장히 단순화 함으써 이 과정을 생략해 버리거나, 대단히 단순화했다. 어쩌면 범죄로 분류되는 행위의 특성상 기동성이 굉장히 요구되는 탓에 찰나적인 순간에 모든 표현을 끝내야 하므로 간결하게 구성되는 것도 있겠다.

 언뜻 건성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구미가 안 당기는 것은 아니라서 의외였다. 마치 리허설을 딱 한 번만 하고 바로 무대에 오른 악단의 실황을 듣는 조마조마함같은 느낌도 있었다.
 굉장히 단순한 구성 덕분에 주제를 빨리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직관성이 높은 점)이 있었지만, 동시에 애매함으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의도가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주제를 담는 용량의 한계가 보였다.

 1세대로 소개된 walker, Crash의 작품이 원조답게 그래피티 본연의 특징,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지만 직관적으로 표현된 주제 덕분에 직관적인 모습이 굉장히 돋보였다.
 Crash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큰 눈이 표현되어 있다. 외롭고 어려운 사람들, 어린이들 등 소외계층에게는 언제나 선한 눈이 당신을 지켜주고 있다. / 악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단다. 또한 구도가 굉장히 이질적인데 이는 일부러 보편적이지 않는 비율로 크롭함으로써 기성 관념에 저항하고자 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담긴 의미가 굉장히 와 닿았다. 단순하고 직관적이라서 효과가 더 좋았다고 느꼈다.
 다만 상반되는 이미지를 동시에 갖는 눈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나름 고민해보았는데,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이뤄지지 않은 듯했다.

 2세대로 분류되는 new school 이라는 제목의 트렌드는 추상을 품으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노력은 가상했으나 시도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도 저도 안 되어버린 느낌.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즉흥적’, ‘단순함', ‘객관적' 이라고 느낀 그래피티의 장점이 모두 묻히고, 난해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담으려던 메시지들(철학적 사유, 삶의 방향성 등)은 그래피티라는 기법에 담기에는 용량이 너무 컸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즉 마음에 별로 들지 않았던 작가들 : 존원, Fenx)

 창 밖의 수많은 광고판의 로고들을 보고, 이들이 창문에 맺혀 흐르는 빗줄기 모습에서 영감받아 상업주의, 소비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제작한 Zeus의 작품도 의도가 굉장히 간결하게 잘 느껴져서 좋았다. 
 나중에 나이키가 제우스의 작품을 무단으로 자사 제품에 적용한 적이 있는데, 브랜드가 지니는 건강한 이미지와 대조되는 대기업의 횡포라는 의미가 되어 자신의 작업을 통해 브랜드가 다시 비판의 대상이 되는 모습에서 사연 자체가 예술이 되는 모습도 멋졌다.

 Shepard Fairy는 대중들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환경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유인하고자 반복적으로 특정 이미지를 사회에 노출시켰는데 그래피티를 단순히 반달리즘에서 프로파간다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여한 점이 인상깊다.

 대체로 모든 작품들에서 존재보다 본질에 더 무게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 의외였고, 더 높이 보게 되었다.

 가치가 점차 유형물에서 무형으로 넘어가던 시점의 미국 상황 잘 투영한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사회도 발전을 이루면서 이 물결이 우리에게도 경향의 파장으로 미쳐올 것인데,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를 고민해보게 된다.


+전시 방식에서 마치 캐주얼 의상같은 느낌을 받았다. 보통 미술관에서 접하는 포멀하고 딱딱한, 하지만 진지한 설명들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대화체의 가벼운 소개글, 프린팅 된 방식, 이동 동선, 배치, 조명, 공간 구성 등등 모두가 자유분방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전시가 담는 작품들과 성격이 딱 맞아떨어져서 좋게 보였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