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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기

2021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 II: 하이든 교향곡 @ 롯데 콘서트홀

21/07/09

전에 딱 한 번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피아노 소리가 또렷하게 안 들리고 뭉개져서 들리길래 다소 실망했던 적이 있다.
다른 장르 곡들은 어떻게 들리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했다.

감상 작품

Rossini, Barber of Seville: Overture

Stravinsky, Jeu de cartes : Ballet in three Deals

Premiere donne / Deuxieme donne / Troisieme donne

Hadyn, Symphony No. 45 in F-sharp minor, Hob.I:45. ‘Farewell’

Haydn, Symphony No. 100 in G majo,r Hob.I:100, ‘Military’

사실 로시니 작품 외에는 모두 잘 알지 못하는 작품이었다. 평소에 피아노 독주곡을 제일 좋아해서 이것들만 주로 듣는 편인데, 그 외의 작품은 접할 일이 잘 없다보니 이런 기회를 통해서 새로운 작품을 하나하나 접하는 중이다.
이번에 접한 하이든 No. 45, No. 100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공연 다녀온 뒤로 반복해서 계속해서 듣고 있다.

공연에서 들은 소리에 대한 내용 / 작품의 배경이야기 크게 2가지에 주목해보았다.

1.지휘자의 스타일과 악기 소리들

공연 전에 레퍼토리를 찾아 들어보긴 했는데, 워낙 다 긴 곡들이라 낯설어서 공연 시작부터 엄청 집중해서 모든 것들을 눈과 귀에 담아보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지휘자에게 이 정도로 집중해본 건 처음이었다.
헐렁한 옷차림, 자유분방한 몸짓, 펄렁펄렁 걷는 모습에서 엄격한 스타일을 추구하진 않겠구나 싶었는데, 실제로 공연에서 느끼기로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였다.
파트별로 등장을 준비하는 악기들과 아이컨택 하면서 손가락 끝까지 사용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전달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휘봉을 사용하지 않으셨다.)
현들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대부분 바이올린으로 쏠려있었는데, 저음부들이 바이올린보다 한 발자국 앞선 세기를 절대 내지 않으려고 해서 약간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건 곡의 특성인지, 지휘자의 스타일인지, 아니면 홀 자체의 특성인지 모르겠다.
대신 바이올린이 작은 소리를 표현할 때에 트릴 등 그 미세한 뾰족뾰족함이 어어어엄청나게 잘 들렸는데, 덕분에 연주를 귀에 대고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은 소리를 표현하는데 소리 세기는 결코 작지 않고 엄청 정교했다. 이게 공연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 엄청 작은데 엄청 정교한 유리공예를 보는 느낌이었다.

2.작품의 배경

Op 45 farewell 작품을 유튜브에서 미리 보는데 막바지에 맨 바깥쪽에 앉은 연주자들부터 짐을 싸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유를 찾아보았는데, 하이든이 이 작품을 고안한 이유와 닿아있었다. 하이든의 고용인이 여름마다 지내는 호화로운 궁전이 있었는데, 굉장히 좁은지라 그 기간동안은 악단 단원 대부분 가족과 떨어져서 홀로 그 궁전에서 지냈다고 한다. 어떤 해는 거의 8개월? 을 그 궁전에서 살게 되었는데, 단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불편함을 고용주에게 전달해달라고 하이든에게 말하자, 하이든이 이 곡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용주에게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막바지에 단원들이 하나 둘 보면대에 촛불을 끄고 짐을 챙겨서 나가고 쓸쓸히 남은 사람들만 연주를 마치는 모습을 초연에서 보고 고용주가 바로 뜻을 알아차리고 특별휴가를 모두에게 바로 내렸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오케스트라 레이아웃이 보통과 다르게 굉장히 퍼져 있었다.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가 반씩 쪼개져서 양옆에 위치하고, 첼로 비올라가 가운데 몰려있었으며, 금관들은 맨 뒤에, 타약기는 우측 맨 뒤에 자리했다.
이렇게 평소와 다른 배치면 소리도 달라질까 싶어서 잘 들어보았는데,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같이 연주해야 하는 사람들이 떨어져 있다보니 친숙하지 못한 경우에는 균일한 소리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일은 없었다.)

+왜 러시아 작곡가 작품 제목이 불어로 되어있을까 싶어서 찾아보니 이 작품이 작곡된 당시에 스트라빈스키의 국적이 잠시 프랑스였다고 한다. 그 뒤로 그는 미국 시민원을 취득하기도 했다고 한다.

+op 100에 등장했던 악기중에 가장 소리가 컸던게 트라이앵글이었다. 신기했다.

+ 간 김에 올해 공연들 소개를 훑어보았는데 챔발로 공연과 오르간 공연이 있었다. 두 악기는 직접 들어본 적이 없던 지라 + 오르간으로 가브리엘 포레 작품을 연주한대서 구미가 확 당겨 바로 예매했다.

+Op45에서 콘트라베이스르 두지 않고 직접 들고 퇴장하시는데 그 좁은 문에 걸리지 않고, 심지어 걸리나 안 걸리나 위를 올려다보지 않는 담대함에 존경심을 느꼈다. 어쩌면 저 문 높이에는 이미 콘트라베이스 높이가 고려되어있었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