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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기

광장 1부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19/11/04
국립현대미술관 개장 50주년을 맞이하여 광장이라는 주제로 3부작에 나눠 전시중입니다.
그 중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1부작을 보고 왔습니다.

개화기부터 해방 전후 기간 동안의 국내 미술사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수/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데 19시~21시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술관도 좋았지만 어두운 밤 석어당, 함녕전의 창호로 비추어 나오는 호롱불 느낌의 빛, 흙길 밟는 소리, 관광객들이 도란도란 나누는 낮은 소리가 정말 운치있었습니다. 밤에 궁을 돌아보는게 처음이었는데 서울에서 정말 오랜만에 관광객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수도 없이 지나다닌 곳인데 이렇게도 보일 수 있더구나 싶더군요.

전시실은 총 4개로 나뉘어 있고 각각 1900~1951 시기를 4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1 전시실 : 제국주의에 맞섰던 우국지사들의 초상, 그들의 절개를 나타는 문죽도 등을 전시.

예술품이면서 동시에 문화 유산으로 다가온 작품들 이었습니다. 화가 채용신이 남긴 최익현 선생의 초상화에서 관복, 갓, 버짐, 눈동자 등의 세세한 표현을 보다가도 의병을 일으키시고, 말년에 대마도 유배시절 일제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의지로 단식하다 사망하셨다는 부연 설명을 읽고는 초상화 속 눈빛과 자세에서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2 전시실 : 개화파들이 품은 ‘애국을 위한 계몽’의 의지가 담긴 활자 인쇄물 등을 주로 전시.
당시의 책자, 교과서 등의 인쇄물에 삽입된 포스터 등이 전시되어있습니다.

3 전시실 : 민중의 이야기를 품기 시작하면서 예술로 발전하기 시작하는 작품들을 전시.
4 전시실 : 이쾌대, 최재덕, 김환기, 이중섭, 서세옥, 등 한국적인 미를 품어낸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한국 작가들의 작품.

3, 4 전시실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조선 자기에 애착이 깊으셨다고 설명이 적혀있듯 여기에 전시된 김환기 화백의 작품 대부분에는 하얀 자기가 주요 구도에 얹혀있었고 여기에 어울리는 차분한 청색이 바탕을 이루는 비슷한 두 점의 작품이 있었는데 어떤 의도로 이런 배치를 하셨는지 나름 추측해보기도 했습니다. 물감을 두껍게 쓴데다 조명 덕분에 작품이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시점으로 분류해놓은 작품들에서 당대별 상황, 스타일, 분위기 등이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문자를 통해 내용을 전하는 대신 간접적 표현을 통해 오감으로 정보를 느끼는 방법이 참 아름다울 수 있구나 싶었어요.

한국 작가의 작품을 진지하게 바라본게 사실상 처음이었는데 색과 구도 등에서 굉장히 낯익음을 느끼기도 했구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