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31
언젠가 책이나 저자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제목만 보고는 관심이 생겨 무작정 사버렸던 책이다. 일기를 통해 당시 상황을 파악해보니 자존감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였다. 마땅히 후감을 남겨두지 않은 탓에 이번에 다시 읽어보았다.
본 책은 미셀 푸코가 College de France 재직 중1981~1982년에 진행한 강의의 녹음본을 책으로 낸 특이한 형태로 되어있다. 스크립트 중 일부는 녹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blank처리 되어있기도 한데 덕분에 생동감(?)도 느껴진다.
강의에서 그는 Epimeleia Heautou(자기 배려)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자기 배려에 대한 설명
- 내 자신을 돌보고 배려하는 선에서 나를 알려고 애써야 한다. 이는 타자와 단절이 목표가 아니라 우리의 사유 칙이 현실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점검하려는 취지이다.
- 자기 자신에 속하는 바와 그렇지 않은 바가 무엇인지를 분석할 줄 알아야 하고, 내가 돌보아야 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 자신의 표상에 어떤 것이 나타날 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잘 아는 상태에 도달하도록 노력하라.
- 자기 실천의 목표는 노년의 준비이다. 이는 실존의 특권적 순간이다. 쓸쓸하고 서러운 관점이 아니라 주체가 완성되는 절정의 시기라는 상징을 지니며, 노년에는 그간 시도한 것 중 알짜만 모아 변화 없이 안정된 균일한 완성형 생활 패턴을 밟아야 한다.
자기 배려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 경청의 자세 :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동안은 정숙을 유지하고, 내 현재 상태와 비교하여 어떤 새로움을 구성할 수 있는지, 어떤 정도까지 자기 자신을 개선할 수 있는지 파악하려는 의도를 지녀야 함.
- hupomnemata 능력의 개발 : 경청했던 바를 다시 상기할 수 있기 위해 하는 기억의 요약 메모(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와 비슷한 느낌을 받음)
- Parrhesia 의 추구 : 사유하는 바를 말하고 말하는 바를 생각하고 언어가 행동과 일치하게 만들기
- 명상 : 개인에게 공적으로 말하고 임기응변할 수 있게 준비시키는 내적인 준비_사유에 대한 사유의 준비, 사유에 의한 사유의 준비.
요약: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산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실존의 근본적인 계획으로 서 실존의 모든 기술을 정당화하고 기초하고 통솔하는 존재론적 근간으로서 자기와의 관계와 더불어 산다. 그러므로 개인은 자기와 최상의 관계를 맺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
요약을 통해 저 한줄로 책의 요지가 표현되었지만 그것보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 중간마다 소개받은 부연 설명; meditation, Technique, 'know thyself' 등의 어원, 세네카, 플루타르코스, 에픽테토스 등 철학자들의 관련 언급 등을 알아가는 과정이 더 의미깊었던 것 같다.
나에 대한 고민이 깊은 와중에 비슷한 고민을 나에 앞서서 했던, 게다가 더 진지하고 전문적으로 여러 사료들까지 대입해주어서 마치 대신 고민에 대한 대답을 내려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반갑다.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분석 입문 - 프로이트 (0) | 2021.03.16 |
---|---|
미학 스캔들 - 진중권 (0) | 2021.03.16 |
열하일기 - 박지원 (0) | 2021.03.11 |
맹자 - 맹가 (0) | 2021.03.11 |
Thinking fast and slow - Daniel Kahneman (0) | 2021.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