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
재택근무 덕에 정오즈음 집 근처 중고서점에 들러 책을 훑어볼 여유가 생겼다. 둘러보던 중 눈에 띄어 호기심에 읽게 됐다. 유가사상 하면 공자만 막연히 떠올리는 정도의 지식 뿐이었는데 덕분에 유교사상에 대해서도, 공자 - 맹자로 이어지는 계통과 발전상에 대해서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논어를 읽은 기억이 남아있었더라면 부수적으로 둘을 비교해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으련만 너무 오래되어 그렇지는 못했다.
공자의 유가사상을 체계화하는데 기여한 맹가는 추나라에서 태어났고 15살 무렵 노나라로 유학하여 공자의 학문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당시 여러 나라간 다툼이 심하고 극단적 이기주의가 성행하던 혼란기에서 본인이 그리는 이상적 국가관을 실현하고자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며 권력자들을 만나 설득시키는 동시에 그릇된 학설을 체계적으로 비판하는 등 난세가 가라앉도록 힘썼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은 그의 뜻을 실현하는데는 실패하고 낙향하여 남은 여생동안 후진양성과 맹자 저술에 힘썼다고 한다.
맹자에 등장하는 수많은 일화를 통해 공통체 주의, 민본주의 등 그가 그리는 이상적인 국가관의 핵심 요소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헌법의 해외 동포까지 품는 범민족적 포용정신 등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속뜻을 이해 못한 구절이 일부 있었을 뿐 모두 가깝게 느껴지는 내용들이었다.
기억에 남는 내용들 ---
* 왕도정치란 인정(virtue-oriented)이라는 도덕정치를 통해 백성들한테서 자발적 복종을 확보하는 정치이다. ‘인민의 생활보장’에서 시작하여 ‘인민의 도덕교육’으로 완성된다.
* 인간이 사단을 가지는 것은 팔다리를 지니는 것과 같다.
측은지심 : 남의 불행을 보고 측은하게 생각하는 마음
수오지심 :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
사양지심 : 겸손하고 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 : 시시비비를 분별라는 마음
* 인의를 행하는 것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우물을 아홉 길 팠더라도 샘에 이르지 못하고 그만 둔다면 우물을 파지 않은 것과 같다.
* 나는 이제야 남의 아버지를 죽이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알았다. 남의 아버지를 죽이면 남도 나의 아버지를 죽이고 남의 형을 죽이면 남도 나의 형을 죽인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아버지나 형을 죽이지 않았을 뿐 내가 죽인 것과 한치의 차이도 없는 셈이다.
*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 이런 까닭에 일반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가 되었고, 천자의 신임을 얻으면 제후가 되었고, 제후의 신임을 얻으면 기껏 대부가 되었던 것이다.
맹모삼천지교, 연목구어 등 학창시절 매를 통해 머리에 새겼던 사자성어들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이 있었고,
'백성들이 타고난 본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육함으로써 완전한 인간,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숙시켜야 하는 국가의 의무'라는 구절
그리고 위민, 보민을 위해 양민 -> 교민 순서로 실천해야 한다는 구절 등의 공감가는 내용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 7대 종교에도 포함되는 등 종교적인 이미지가 큰데, 개인적으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이나, 플라톤 국가론 처럼 이상적인 국가는 어때야 하고, 구성원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로서의 느낌을 받았다.
(본문보다도 해제와 서론에서 더 많은 지식을 얻은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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