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
우연한 기회에 서울대 논문을 열람할 수 있는 s-space라는 웹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정보 공개를 목적으로 MIT등 외국 대학에서 시작한 서비스라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KOASAS 서비스를 통해 KAIST의 논문도 열람 가능하다고 한다.
양질의 정보가 보편화 되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게 실감된다.
이상의 추구에 관한 철학과의 논문을 검색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현실의 확장을 통한 이상적 이미지 표현 연구’라는 제목의 조소과 석사학위 논문을 찾게 되었다.
원래 내가 찾고자 하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내가 모호하게 구상만 했던 내용을 다양한 사례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정리해 두었기에 끄덕이며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가 눈을 통해 받아들이는 시각 이미지는 사물의 본질이 아니다. 초록색으로 보이는 표면은 자연광 중 녹색 파장만을 반사시키는 표면의 특성상 그렇게 보일 뿐 초록색이기에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며,
만지고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사물의 표면 또한 분자간 인력과 반발력, 그리고 자연광이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구분되는 실체적인 경계가 있는 것 처럼 보일뿐 실제로는 대부분은 텅 비어있는 옅은 경계일 뿐이다.
심지어 내가 맛 보는 감미, 산미 역시 나의 뇌가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기에 그렇게 느낄 뿐 실제로는 객관적인 화학분자에 대한 내 신경의 반응일 뿐이다.
이를 인지하고 세상을 보면 때때로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보고 느끼는 대부분이 실재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물질적인 사물에 그다지 애착이 가지 않는다. 대신 철학자의 사상이나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집중하게 된다.
저자 역시 이 사실에 기반하여 이미지적인 표상에만 국한하기보다는, 특정한 표상을 경험한 당시의 경험, 주변의 상황 등을 활용하는 본질적 접근에 대해 몇 가지 예시의 작품들을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
보이는 대로가 아닌, 생각하는 대로 작품을 만들자라는 그의 다짐이 담겨있다.
현대 미술의 주 아젠다인 동시에 고대 벽화와 이집트 상형 문자의 추상적 이미지에 담긴 태고적 인류의 본질적 습성이기도 한 듯하다.
얽혀있는 모호한 나의 개념을 대신 상세히 정리해준 느낌에 대리만족이 들었다. 추후 작품활동을 할 당시에 기회가 된다면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싶다.
논문에서 발췌한 몇 가지 인상깊었던 구절
- 현상은 그 자체이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 현상을 인지하고 정보를 조합하는 것은 항상 인간 각자의 몫이다.
-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 보다 대상과 유사한 감흥을 이끌어내는데 주목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함.
-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의 그림자적 재현’을 꿈꾸기 보다는, 감 각의 기억인 체험과 현실의 현상으로 구성된 ‘실재 속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inking fast and slow - Daniel Kahneman (0) | 2021.03.11 |
---|---|
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여행기 - 홍춘욱 (0) | 2021.03.11 |
나의 투쟁 - 히틀러 (0) | 2021.03.11 |
도덕경 - 노자 (0) | 2021.03.11 |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0) | 2021.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