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5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버틀런트 러셀의 수상록으로, 1935년 출판되었다. 각 주제별 그의 생각이 가지런히 담겨있다.
이학자라는 배경 때문인지 그의 주장은 대부분 실재적인 현상이나 경험에 기반한 근거를 통해 도입된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의 세태를 걱정하며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 골몰하던 그의 생각들이 많이 담겨있는데, 전에 결혼과 도덕이라는 그의 저서를 읽었을 때에도 느꼈지만 100년이라는 간극을 두고 있음에도 현재에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놀랍다. 서양과 동양의 사회 발전상에 그만큼의 차이가 있는 걸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 말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함에 있어서 훑고 지나갈 미래상의 사례가 여러곳에 존재한다는 뜻이고, 이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그 사례를 통해 좀 더 체계적이고 과오를 줄이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서양 근현대사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겠다.
그의 가문은 영국에서도 최상류층에 속했다. 조부는 빅토리아 여왕시절 총리를 2번이나 지냈고, 그의 대부는 존 스튜어트 밀이었다. 종교의 영향력이 상당하던 시절에 그의 아버지는 무신론자였다고 전해지는데 다양한 세계 시황을 접할 수 있는 고급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사회적 입지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집안 분위기가 그를 다방면으로 뛰어난 위대한 인물로 성장시키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리라.
무정부주의적, 무신론자적, 좌파적 관점이 여러 주제에 담긴 기술 내내 느껴진다. 사회 구성원 간 평등 관점에서는 지금과 비교가 불가능한 시대의 글이기에 지금 시점에 읽는다면 당연한 소리처럼 다들 읽히지만, 시대상을 함께 고려한다면 어쩌면 오늘날의 사회에 닿기까지 굉장한 역할을 한 선구자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시선이 많이 닿은 부분은 사회 평등평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강박은 집권층이 피지배층을 다스리는 구시대적 발상이며, 행동이나 근면 근로의 굴레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는 국면이 다가온 만큼 이들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기보다는 사고에서 기쁨을 찾기도 하고 여가를 즐기기도 함으로써 삶의 풍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제목이 등장한 것 같다.
꾸며지지 않은 그의 사상만으로 가득 찬 글이기에 의미를 유추하고 숨은 뜻을 살피고 할 필요 없이 바로 받아들이면 되게끔 굉장히 내용이 잘 드러나 있지만 동시에 주장들만 삐죽삐죽 솟아있다보니 책이 재미있지는 않다.
원시 상태의 사회가 문명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의 축적이 필요하다. 어느정도의 기술 발전으로 잉여자원이 생겨나는 시점에 대체로 인류사회에는 계급이 생겨나 가진 사람이 더 가지게 되고, 수직적 구조는 더 강화되어 하위 계층을 부려 부의 축적을 가속화하는 패턴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부를 지니는 상류층은 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지니고 있던 부를 통해 여가에 치중한 삶을 영위하는 반면 노동자는 근로를 미덕삼고, 여유를 해악으로 여기며 고된 노동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 풍토가 이어져 오늘날 과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여유로운 삶을 꾸릴 수 있는 상황이 왔음에도 노동계층은 여전히 근면하게 근로활동을 해 나가지 않는 경우 죄책감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정확한 정량적 척도 없이 일단 어떻게 될 지 모르니 계속 저축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에 빠져 쳇바퀴도는 듯한 텅빈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물질적 발전이 무한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들 이 무의식에 기인한 죄책감을 지닌 삶의 풍토는 바뀌지 못한다. 정신적 발전이 병행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방향이 없는 여유란 물론 게으름으로 귀결되겠지만, 분명한 목표를 지니고 삶을 탐구하는 여유는 맹목적인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 구성원을 고유하고 탄탄한 속성있는 건강한 개체로 발전시킨다. 그리고 이는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초석이 되어 다시 사회 구성원을 이롭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다.
가파른 사회 발전을 이룬 탓에 우리사회에는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범죄, 투기, 반윤리적 사건 등.. 이러한 사건의 당사자들을 조명해보면 자의자의보다는 주변의 후천적 환경요인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개인이 보호받기 위해섯는 그 개인이 속한 사회가 건전해야 하고 사회가 건전성은 다시 그 구성원 개인의 속성에 영향을 받는다. 건강한 구성원이 주변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쳐 주변을 도움으로써 사회는 건강해지고 다시 이는 그 도움을 건넨 개인에게 돌아온다.
국가관으로 결속된 구성원을 남이 아닌 동질체로 인식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에게는 지원을, 그리고 동시에 사회 전반적으로 삶의 철학에 대한 사유를 공유할 수 있는 교류가 많아졌으면 한다.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문화유산답사기 - 산사순례편 (0) | 2020.11.11 |
---|---|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 손기태 (0) | 2020.11.11 |
징비록 - 류성룡 (0) | 2020.11.11 |
소유의 종말 - 제레미 리프킨 (0) | 2020.11.11 |
엥케이리디온 - 에픽테토스 (0) | 2020.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