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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공산당 선언 - 칼 마르크스


230203

책세상이라는 출판사에서 낸 작은 사이즈의 고전 전집이 있다. 가격도 싸고 번역도 나쁘지 않아서 가볍게 자주 읽곤 한다.

7년 전 즈음 공산당 선언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냥 악에 받쳐서 뭐라고 휘갈겨 둔 내용이길래 마땅히 후감이라고 할 만한 주요 내용을 얻지 못했다. 애시당초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올해 초 읽고 후감을 남기지 않은 책들 위주로 다시 정리를 하기로 다짐하고서 제일 먼저 공산당 선언을 마무리 지어보기로 하면서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대략적으로 그들의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간접적으로 전해들어왔기에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는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자들의 생산 수단 독점으로 인해 부의 불평등이 극심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부를 한 번 거머쥔 사람들은 견제하는 이 없이 막대한 부를 쌓아가고 있었던 반면 노동자들은 아주 적은 임금만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이 하루종일 육체노동을 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를 마르크스가 나름대로 고찰했는데 이것이 당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은 듯하다.

공산주의에서 말하는 이상 사회는

1. 소유라는 개념을 없애고
2. 자유 경쟁이라는 현상을 없앰으로써 시장이 과열되지 않도록 하고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생산 과잉이 발생 -> 대공황, 대기근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프롤레타리아가 고생을 하기 때문에)
대신 3. 자본가들이 갖춰둔 생산시설을 연합을 통해 적절히 운영하여 모두가 애쓰지 말고 여유롭게 살자가 주 요지인 듯하다.

결론으로 이 사상은 망했다. 단 하나의 국가도 그들이 꿈꾸던 절대다수에 의한 독재를 실현하여 구성원 모두에게 부가 공평하게 돌아가도록 실현하지 못했다. 오히려 공산주의를 내세운 국가들이야말로 권력과 부가 자본주의 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소수 특권층에게 모두 빨렸고 나머지 사회 구성원은 그들에게 모든 걸 빼앗긴 채로 빈궁한 삶을 살고 있다. 이는 그 사회의 부가 얼만큼 있었는지와 무관했다. 애초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회였다.

공산주의자들의 사상에서 내가 가장 크게 타당하지 않다고 느낀 것은 이 자유 경쟁과 성장이라는 부분을 없앰으로써 현상 유지를 통해 모두가 여유롭게 지내자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유사 이래로 일부 고립되어 쇠퇴된 사회를 제외하고 모든 인류사회는 경제적 측면이든 문명적인 측면이든 항상 발전하는 방향으로 존속해왔다. 마치 부드럽게 모두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고속도로와도 같다. 상대적으로 모두가 정지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100km/h 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기본값이 성장이고 발전이다. 각자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속도를 내면서 각자의 목적지를 위한 출구로 나가기 위해 차선 변경을 하거나, 추월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이 흐름도 유효하다.

인류 문명이 존속하는 한 심지어 무제한의 동력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생겨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방향을 누군가는 찾아내서 시장 흐름을 이끌 것이다. 우리는 지금 막 출시된 새로운 휴대전화나 자동차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이보다 더 발전된 형태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 관점에서의 시각일 뿐이며 앞으로 누군가는 꼭 새로운 방향을 목표로 세우고 또다시 새로운 것을 사회에 소개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산주의 사상은 이 본능을 무시했다. 발전하려는 본능은 때로는 과열되어 약자가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게 하지만 이것이 없다면 사람은 삶의 동기부여를 잃고 현상에 잦아들고 멈추게 된다. 삶의 목표를 잃게 된다. 경쟁은 삶의 본질인 셈이다.

책을 다시 읽기 전에 나는 그들의 자본가들이 만들어 둔 생산 수단과 개인 소유물들을 부정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공산주의 원칙에 따르면 그들은 이 대규모 산업 사회를 일구려면 초기에 자유 경쟁은 필수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어느정도 산업 사회가 갖춰지고 나면 더 이상의 성장을 하지 않더라도 이 사회가 존속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점이 그들의 생각에서 가장 큰 오류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의 입장에서는 이 오류를 어떻게 모를 수 있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부유한 층 출신으로 스스로 일하지 않더라도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상황인 데다가 선민의식이 있다면 당대 누구든 이러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시는 공화정과 자본주의가 막 태동한 때라서 모든게 그들에겐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아마 이를 통치 기반으로 선택한 독재자들은 이 모순을 일찌감치 파악헀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신기루 같은 환영을 현실에서 고통받고 있는 깊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보였을 때 그들의 맹목적으로 따를 거라는 계산을 마친 사람들이 악용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 이론을 아직까지 따르는 사람들은 사실상 없다.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은 이 신기루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뉴스에 등장하는 북한 정권이나 공산정권에 포섭된 이들은 이 사상 자체가 아닌 자신의 빚을 해결하기 위했다거나 하는 등 다른 사연을 가진 경우이다. 반공이라고 해서 예전에 우리나라가 맹목적으로 내세우던 그 막연한 공포는 이제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그들이 엉터리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다만 책 서문에서 역자가 밝힌 것과 같이 이 우스꽝스러운 이론은 우리에게 현재 자본주의를 비평하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자본가들의 자본을 격하해서는 안되겠지만(그들도 이를 끌어모으기 위해 막대한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분명한 역할도 우리 사회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노동의 대한 댓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삶은 보장할 수 있는 보살핌의 손길이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 간 중재하는 노력을 정부가 적절히 잘 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기적으로 두 정당이 정권을 번갈아가며 얻어내고 있다. 사회의 큰 두 부류(우파로 일컬어지는 이 책의 분류에 따르면 부르주아라고도 할 수 있는 기득권층 vs 좌파 또는 프롤레타리아라고 할 수 있는 계층)이 비교적 비슷한 기간을 두고서 왔다갔다 하면서 정권을 잡으며 각 계층을 대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촌스럽고 낯뜨거운 형태가 일부 보이지만 다원주의 사회를 한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한 정권이 사회계층 모두를 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므로 전체적인 추세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비교적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와중에 과하게 잘못되었다 싶은 것들을 우리는 치유해 나가면서 오뚜기처럼 중심을 그래도 어느정도 잡아가며 살고 있다.

반대로 독재자가 공화제인 척 하면서 나라를 운영하는 윗동네 나라들과 아프리카, 동남아 등의 일부 국가들을 보면 도저히 사회적 폐단들이 개선되지 않고 썩어가면서 내부 정화가 되지 않고 있다.

만약 마르크스가 자유경쟁을 통한 발전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내세웠다면 이 이론은 합리적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또 다시 생각이 드는 것은 이렇게 잘못된 사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게끔 계기를 마련해준 덕분에 자본주의가 더 발전하고 지금의 수정 자본주의 체제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공산당 선언과 공산주의 원칙 간 관계

공산당 선언은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원칙은 엥겔스가 적었다. 공산당 선언은 1848년 2월 초판이 출간되었고 공산주의 원칙은 그보다 앞선 1847년 6월 즈음에 적힌 듯하다. 다만 그들의 공식 강령을 선정할 적에 47년 11월 경 엥겔스는 공산주의 원칙과 같이 문답 형식보다는 공산당 선언 형태의 강령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먼저 출판시키고 이를 공식 강령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공산주의 원칙은 후에 1914년에서야 출판되었다. 그들의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강령이 더 이해하기 좋고 자세히 적혀있다. 다만 Q&A 형태라서 좀 더 있어보이는 형태를 공식 강령으로 채택한 듯하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혹자는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와 대척관계이고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하는데 사회주의, 공산주의 모두 경제체제이다. 현존하는 모든 이쪽의 국가들은 공화국이라는 표현을 넣는다. 1당독재이긴 하지만 권력이 집단에게 있는 식으로 형태는 항상 띤다. 체제 특성상 사실상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이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자본주의와 대척되는 개념이다.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회주의가 먼저 태어나고 난 뒤 공산주의가 좀 더 세부 분류로 발전된 형태라고 한다. 엄연히 서로는 다르지만 출발점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책갈피

마르크스를 철학자로 선뜻 규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그의 사유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는데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우리가 자본주의에게 올바르게 문제제기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부르주아지는 개인의 존엄을 교환 가치로 용해시켰고 문서로 확인되고 정당하게 획득된 수많은 자유들을 단 하나의 바양심적인 상업 자유로 대체했다.

부르주아지는 농촌을 도시의 지배 아래 종속시켰고, 야만적-반야만적 나라들을 문명 국가들에, 농업 민족들을 부루즈아 민족들에, 동양을 서양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자본은 공동의 산물이며 오로지 많은 구성원의 공동 활동을 통해, 결국 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공동 활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가동될 수 있다.

시민 사회에서 살아 있는 노동은 다만 축적된 노동을 증식시키는 수단일 뿐이고 공산주의 사회에서 축적된 노동은 노동자의 삶의 과정을 풍요롭게 하고 장려하는 수단일 뿐이다.

공산주의는 어떤 사람에게서도 사회적 생산물을 취득할 권력을 빼앗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이 취득을 통해 타인의 노동을 자신에게 예속시키려는 권력을 빼앗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취하고자 했던 조치

1.토지 소유 몰수, 지대를 국가 경비로 전용
2.고율의 누진세
3.상속권 폐지
4.모든 망명자와 반역자의 재산 압류
5.국가 자본과 배타적 독점권을 가진 국립 은행을 통해 국가 수중에 신용 대출금 집중
6.국가의 수중에 운송 제도의 집중
7.국영 공장의 확대와 생산 도구의 확충, 공동 계획에 따른 토지 개간과 개량
8.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노동 강제, 산업 군대, 특히 농경을 위한 산업 군대 설립
9.농업 경영과 산업 경영의 결합, 도시와 농촌 차이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
10.모든 아동의 무상 공공교육. 현재 형태로 이루어지는 아동의 공장 노동 폐지, 교육과 물질 생산의 결합 등.

소유하는 것 자체를 자본주의의 주요한 문제로 인식했다.

자유 경쟁은 대규모 산업이 발생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 상태이기 때문에 대규모 산업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자유 경쟁은 과격성이 있어서 소비될 수 있는 양을 넘어서서 더 많은 생산이 이루어진다. 그 결과 공장들은 곧 가동을 중지하고 공장주들은 파산하면서 노동자들의 밥줄은 끊긴다. 그리고 곧 남아도는 것들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다시 순환은 안정적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이 위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그러므로 이 경쟁을 없애고 대신 이 자리에 연합을 내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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