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몇년 전 철학에 관심이 생겨 입문서를 탐독하면서 소개받은 철학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 구절이다.
도면을 그릴 때나, 여행 계획을 짜면서 지도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점을 잡는 것이다. 이 기준점을 의식하지 않고 있더라도 도면이나 지도 내의 모든 존재나 움직임은 이 기준점을 기준으로 하여 위치나 이동이 정의된다.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을 수 있다.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이 세상에서 절대로 거짓일 수가 없는 불변하는 단 하나를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
바로 자신이다. 내가 실존하든 아니면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것처럼 깊은 잠에 들어서 생각만으로 삶을 살든 간에 세상 만사를 판단하고 생각이라는 걸 하는 데 있어서 절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이 생각 자체를 주관하는 나의 존재이다. 세상이 먼저 존재하고 그 이후에 내가 그들을 인식하는 것으로 으레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사실 세상이 실재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인지한다.
실존는 본질에 앞선다. 라는 사르트르의 말에서도 다시 한 번 등장하듯 복합적이고 고급의 사유들 등 모든 것들에 앞서서 가장 먼저 정의되어야 하는 건 바로 나에 대한 것이다. 주체로서 내가 먼저 세워져야 연쇄적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등이 차례로 성립되기 시작한다. 이를 사회에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소개한 데카르트는 그래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굉장한 칭송을 받는다.
저 명제를 다른 책에서 간접적으로 받은 것이기에 원문을 통해서 부연설명을 더 듣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읽어보았다.
데카르트의 성찰은 6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제1성찰 : 의심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하여
제2성찰 : 인간 정신의 본성에 관하여
제3성찰 : 신에 관하여, 그가 현존한다는 것
제4성찰 : 참과 거짓에 관하여
제5성찰 : 물질적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그리고 다시 신이 현존한다는 것에 관하여
제6성찰 : 물질적 사물의 현존 및 정신과 물체의 실재적 상이성에 관하여
제1 : 의심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하여
물질적인 것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제시. 하지만 참된 것으로 발견한 그것은 의심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귀결
이제까지 살면서 거짓임이도 참으로 잘못 인식하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다 엎고 가장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살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참된 것으로 간주한 것은 내가 감각으로부터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들 중에서도 오류가 있었던 사례가 있다.
자연학, 천문학 등 복잡한 것을 고찰하는 학문은 의심스럽지만, 기하학, 대수학 등 단순하고 일반적인 학문은 의심할 수 없는 확실성을 담는다. 정신 속에 가장 오래된 한 가지 의견은 전지전능하고 지금 내 모습대로 나를 창조한 신이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제2 : 인간 정신의 본성에 관하여
정신이 물체보다 더 쉽게 인식된다는 것을 설명
절대적으로 거짓이 될 수 없는 참은 무엇이 있을까? 이 고민을 하는 나는 누구인가. 거슬러 올라가보면, 내가 존재해야 생각도 가능하므로 맨 근원에는 내가 다. 하지만 나는 내가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
나는 무엇인가? 신체가 있고 영혼이 있다. 이 중에 사유만이 나와 분리할 수 없다. 내가 존재하는 순간은 내가 생각하는 순간이다. 사유하는 것, 정신 영혼 만이 나를 의미한다.
내가 물체를 인식할 때에는 감각을 통해(만지거나 보아서) 가 아니라 오성에 의해서 지각된다는 것을(이해되는 것으로) 지각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내 정신보다 더 쉽게 또 더 명중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영혼의 불멸성을 설명하기 위해 영혼에 대한 개념을, 그리고 물체의 개념과 전적으로 구별되는 개념을 형성 /
신체는 소멸되더라도 정신은 본성상 불멸이라는 내용
제3 : 신에 관하여, 그가 현존한다는 것
신의 현존을 증명하는 주요 논증
내 속에 담겨있는 관념중에는 본유적인(inanatae) 것도 있고, 외래적인(adventitiae) 것도 있다.
2+ 3이 5라는 것이 당연하게 느끼는건 원래부터 내가 이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연이 이걸 내게 미리 주입해 둔 덕분인가. 이건 어디서 왔을까.
나 자신이 실체인 한 나는 실체의 관념을 갖고 있지만 나는 유한하기 때문에 그 관념은 무한 실체의 관념일 수 없으며 따라서 무한 실체의 관념은 실제로 무한한 실체로부터 유래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념 중 도저히 내 머릿속에서 나올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이는 누군가가 주입시켜주어야 가능하다.
나 자체의 관념은 무한 실체일 수 없다. 무한 실체는 무한한 실체로부터 유래해야 한다. 그러므로 시작점을 위해서는 신이라는 존재의 인정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만일 내 자신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나는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떤 것을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며, 그 어떤 것도 나에게 결여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 나를 조금 뒤에도 존재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사유하는 것 이외에 다름아니기 때문에, 혹은 적어도 지금은 사유하는 것이라는 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힘이 내 안에 있다면 나는 분명히 그것을 의식했을 것이다.
신이 실제 현존하지 않는다면, 내 자신이 지금의 본성과 같은 것으로 즉 내가 내 안에 신의 관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현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4 : 참과 거짓에 관하여
우리가 명석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모두 참이라는 것을 증명
제5 : 물질적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그리고 다시 신이 현존한다는 것에 관하여
물질적 본성의 일반이 설명. 새로운 근거에 의해 신의 현존이 증명.
어떤 물질적 사물이 내 외부에 현존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기 전에 나는 우선 내 생각 속에 있는 물질적 사물의 관념을 고찰하고, 이런 관념 가운데 어떤 것이 판명하고 또 어떤 것이 애매한지를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제6 : 물질적 사물의 현존 및 정신과 물체의 실재적 상이성에 관하여
오성의 활동이 상상력의 활동과 구별되고 이 구별의 징표가 제시되고 있다.
정신은 신체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통일을 이루고 있다. 감각에서 비롯되는 모든 오류가 열거된다.
물질적 사물이 현존하는지 검토.
물질적 사물이 순수 수학의 대상인 한에서는 현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그것을 명석 판명하게 지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명석 판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신이 만들어낼 수 있다.
물질적 사물 고찰시 상상능력을 사용. 상상능력이란 인식 능력에 직접 현전하는, 따라서 현존하는 물체에 대한 인식 능력의 한 적용이다.
상상력과 순수 오성 간의 차이.
어떤 것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영혼의 긴장이 필요하다.
정신은 어떤 것을 이해할 때 자신에게로 향하여 자신 속에 내재되어 있는 어떤 관념을 고찰하는 반면,
상상할 때에는 정신은 물체로 향하여 자신에 의해 이해된 관념이나 감각에 의해 지각된 관념과 상응하는 어떤 것을 물체 속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상상력은 물체가 현존하고 있는 한에서 이와 같이 성립되는 것이다.
특수한 의미에서 내 자연이란 신이 나에게 부여한 모든 것의 복함체이다.
자연이 나에게 아주 분명히 가르쳐 주는 바는, 내가 신체를 갖고 있다는 것, 고통을 느낄 때 상태가 좋지 않으며, 허기나 갈증을 느낄 때는 음식과 물을 필요로 하는 신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속에 어떤 진리가 있음을 의심할 수 없다.
책갈피
--------
제1성찰
내가 지금까지 아주 참된 것으로 간주해 온 것은 모두 감각으로부터 혹은 감각을 통해서 받아들인 것이다.
내 정신 속에는 오래된 한 가지 의견이 새겨져 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지금의 내 모습대로 나를 창조했을 신이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땅, 하늘, 연장적 사물, 형태, 크기, 장소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을 지금 보는 그대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저 신이 만들지 않았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제 2 성찰
나는 내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그는 결코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끔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이 모든 것을 세심히 고찰해본 결과, 나는 있다, 나느 현존한다. 는 명제는 내가 이것을 발언할 때마다 혹은 마음 속에 품을 때마다 필연적으로 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나는 있다. 나는 현존한다. 이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얼마 동안? 내가 사유하는 동안이다.
그러므로 나는 정확히 말해 단지 하나의 사유하는 것, 즉 정신, 영혼, 지성, 혹은 이성이며 나는 이 용어의 의미를 전에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제 3 성찰
어떤 것이 확실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최초의 인식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내가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한 명석 판명한 지각이다.
내 외부에 현존하는 사물로부터 오는 것으로 간주되는 관념에 대해, 내가 왜 이런 관념이 외부 사물과 유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 근거를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실로 이런 것은 내가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나 자신에서 나온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말했던 것으로부터 신은 필연적으로 현존한다고 결론짓지 않으면 안된다.
무한 실체의 관념은 실제로 무한한 실체로부터 유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내 자신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나는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떤 것을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며, 그 어떤 것도 나에게 결여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안에 있는 관념이 지닌 모든 완전성을 나에게 주었을 것이고, 이로써 나 자신이 신이 되고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복력 시대_제러미 리프킨 (0) | 2023.02.02 |
---|---|
서울, 1964년 겨울 - 김승옥 (0) | 2023.01.28 |
인도네시아 생활 후기 + 헌법 리뷰 (2) | 2022.12.24 |
프랑스 헌법 리뷰 (0) | 2022.12.24 |
대한민국 헌법 리뷰 (0) | 2022.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