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리뷰

221220

지금 다시 헌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여건이 다소 아쉬운 국가에서 해외근무하던 시기였다. 바깥에서 바라본 우리나라에서 그간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대비되어 국가관이 한참 높아지던 시기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나라 법령을 찾아본 적이 없었다. 아마 굳이 따지자면 운전면허 때문에 아주 잠깐 도로교통법을 찾아봤을 뿐이다. 국가의 안전한 테두리 덕분에 편하고 안전하게 생활해왔으면서 법구조를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당시 독서를 하면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었다. 아쉽게 당시에는 후감을 남겨놓지 않았다. 이번에 다른 나라 헌법 조향에 관심이 생겨 찾아보던 중에 우리나라 헌법도 복기해보고 싶어서 원문을 다시 읽어보았다.

헌법은 국가의 구성과 국가 기본 이념과 원칙을 기술한다. 미국의 경우 헌법 위원회가 헌법을 먼저 만들고 해당 절차에 따라 정부 구성원을 꾸린데 반해 우리나라는 시간이 촉박하여 헌법을 구성할 국회를 먼저 구성했다.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가 개원했고 1948년 7월 17일 헌법이 공포되었다. 헌법 초안은 서상일을 위원장으로 한 헌법기초위원회에서 1948년 6월 3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때 그 전까지 전국 각 단체에서 작성한 헌법안들을 자료로 하여 참고했다고 한다. 유진오-행정연구위원회 공동안과 권승렬안, 임시헌법, 약헌 그리고 각국의 모든 헌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1948년 제헌 이후로 현재까지 총 9차례의 개헌이 이루어졌다. 현행 10차 헌법은 1987년 10월 29일 제정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는 10년 이상 유지되었던 유일한 헌법이자 역대 최장수 헌법이기도 하다.

9차 개헌은 6월 항쟁의 영향으로 개정되었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문 개정_시정부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혁명 민주이념 계승이라는 내용 추가
대통령 직선제, 임기 5년으로 단축
대통령 권한 약화_비상조치권, 국회해산권 폐지
국회의 권한 강화 _연간회기일수 제한 폐지, 국정감사권 부활
헌법재판소 신설
최저임금제 시행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제한 사업체의 범위 축소
언론, 출판,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와 검열 금지
적법절차조항 신설, 체포 및 구속시 고지 및 가족에의 통지의무 명문화
형사피의자와 불기소처분자의 보상청구권 보장

전반적으로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고 대통령 - 국회간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적절히 조정 되었다.

10차 헌법

구성
1장 총강
2장 국민_권리와 의미
3장 국회
4장 대통령
5장 법원
6장 헌법재판소
7장 선거관리
8장 지방자치
9장 경제
10장 헌법 개정

본문중 인상깊었던 구절

2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14조 모든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 현장 근무 중에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되므로 헌법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잠시 생각했는데 이러한 상황을 감수하고도 이 직장을 선택하는 자유를 내가 택한거라는 걸 곧 깨달았다.

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21조 언론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25조 모든 국민은 공무담임권을 가진다.

32조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 권리와 의무를 병기한 것은 무슨 의도일까. 둘 간의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자유, 권리, 의무의 정의를 한 번 확인해봐야겠다.

41조 국회의원은 200인 이상으로 한다.

52조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

65조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관위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에 대해 국회는 탄핵 소추할 수 있다.

67조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40세에 달하여야 한다.

69조 대통령의 선서 :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94조 행정각부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 헌법에 따르면 행정부장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무위원에 임명되어야 한다. 현재는 각 부처의 수가 헌법에서 명시한 최소 국무위원수보다 많기 때문에 행정각부장이 아닌 국무위원은 없지만 이명박 행정부 시절에는 특임장관이라는 직함으로 국무위원 1자리가 있었다.

104조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 사법부의 장을 왜 행정부의 장이 임명하는건지 모르겠다. 어떤 취지인지 확인해봐야겠다.

우리나라 헌법은 개헌을 해 오면서 각 조가 계속 뒤바뀌어 각 수정 항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찾기가 굉장히 번거롭다. 직접 주제를 찾아가며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반면 미국은 헌법 원문에는 손대지 않고 추가 서술을 하단에 이어두었다. 그렇게 헌법을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건국 이후로 9번 헌법이 수정되었고, 게다가 그 중 4번은 권력자의 임기 연장을 위한 목적으로 행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주기적으로 개헌에 대한 논의를 하곤 한다. 예전에는 크게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아주 큰 결정적 오류가 있지 않는 한 유지를 하는 쪽이 옳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헌법(헌법)(제00010호)(1988022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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