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헌법 리뷰

22/11/12

미국에서 지낼 적에 한참 영화나 매체에서 접했던 걸 직접 보러 다니는 것에 재미를 붙였던 시기가 있었다.
영화 2012의 배경이 되었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방문했고 브이포벤데타에서 알게 된 차이코프스키 1812 overture를 독립기념일날 보스턴 hatch memorial shell에서 Boston Pops가 연주하면서 대포도 쏜다는 걸 어쩌다가 독립기념일 직전에 발견해서 관람하기도 했다.
워싱턴 DC에서 제일 먼저 National Archive를 들른 것은 영화 National Treasure에서 독립선언문 원본을 훔치는 이야기를 보고서 문득 해당 문서의 원본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 진짜 훔칠 수 있을 만큼 경계가 느슨한지도 보고 싶었다.)

National Archive는 FBI건물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스식 기둥으로 전면부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서 대리석 건물 숲인 워싱턴 시내에서도 눈에 쉽게 띈다.
짐검사를 받고 내부로 들어가니 굉장히 넓고 둥그런 큰 홀이 나왔다. 종이 보호를 위해 조명을 엄청나게 어둡게 해두었던 게 기억난다. 걸을 때 문제되는 건 아닌데 되게 눈이 침침한 느낌이 들어서 글씨를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유리판 안으로 오래된 종이 속 글씨를 들여다 보는데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봐도 ‘Independence'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았다. We the~ 라고 적혀있었다. 알고 보니 미국 헌법이었다.
당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휙 넘겼다. 그렇게 잊고 지냈는데 이번에 미국 선거 뉴스를 보다가 그들의 신기한 방식의 국가 운영 방식을 보니 헌법에서 국가 구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4년 전 우리나라 헌법 전문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있었는데 취지와 내용에서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 국회 도서관은 세계 35개국의 헌법 원문과 국문 해석본을 국민에게 공유하고 있다. 덕분에 편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다음은 내가 주목한 주요 내용들이다.
---------

전문

연방의 내부 결속, 번영을 목적으로 한다는 서술
-> 우리나라는 애국해서 세계평화에도 기여하자 이런식으로 뻗어 나가는데 미국 헌법은 연방 내부에만 시선이 쏠려있다. 물론 모방 헌법 - 독창 헌법의 차이일 수 있다.

1조 입법부

-하원 산정시 인구수 기준으로 하는데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인디언 수는 세지 않음
-> 평등의 기조와 개인의 자유 보장을 최대한 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한 미국인데도 이런 내용이 아직 남아있다니 내게는 신기하게 보인다. 미국에 가면 주별로 일부 지역에 카지노가 몰려있는데 인디언 부족이다. 그들에게 주로 카지노 운영권을 준다고 한다. 특별 관리 대상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있는 듯하다.

-하원이 탄핵 발의권을 독점하여 가짐

-하원의장은 하원이 직접 선임

-상원 임기는 6년인데 3부류로 나눠서 1/3씩 바꿔나감
-> 신기하다.

-30세 이상, 시민권 9년 이상 된 자만 상원의원 당선 가능

-상원의장은 부통령

-상원은 탄핵 심판권을 가짐

-의원은 자기 임기 기간동안 신설되거나 봉급이 오른 공직에 임명 불가

-공직자 재직중에는 의원 될 수 없다

-회의 출석차 왕복 중에 체포 안 됨_반역, 치안 방해죄 제외

-세입 징수안은 하원에서 먼저 제안되어야 함

-상원은 세입 징수 관련수정안 발의 가능

-법률안은 확정되기 전 대통령에게 이송

-연방의회는 화폐를 주조. 우편 관서와 우편 도로를 건설
-> 입법부가 담당하는 게 신기하다.

-하급법원 조직
> 입법부가 담당하는 게 신기하다.

-관세, 공과금, 소비세는 전 연방 공통 적용

-해군을 창설, 유지함
> 입법부가 담당하는 게 신기하다.

-육군 모병, 유지함
> 입법부가 담당하는 게 신기하다. + 공군은 45년도 즈음에 육군항공대에서 처음으로 독립했다. 그래서 여기에는 공군에 대한 언급이 없나보다.

입법부는 다음을 할 수 없음

-귀족 칭호 수여 금지

-주 간 통상시 수출하는 물품에 조세, 관세 부과 못함

-통상, 세수에 대해서는 모든 주에 동등하게 적용


2조 대통령

-주 의회가 각 주 별 상하원의원 수 만큼의 선거인을 임명. 관직자는 선거인이 될 수 없음

-투표 결과가 동률인 경우 하원이 비밀투표 -과반수가 없으면 하원이 최다득표자 5명 중 대통령 선임

-35살 이하는 대통령 못 함. 출생에 의한 합중국 시민이 아닌 자 불가능, 14년간 합중국 시민이어야 함

-보수는 임기중 불변

-당선된 대통령은 헌법에 적힌 문장대로 선서를 읇어야 함
-> 착실하게 따르는 모습에서 헌법을 존중하는 자세가 보인다.


3조 사법부

-사법권 1개는 연방대법원 / 1개는 연방의회가 설치하는 하급법원들에 있음
-> 사법부만 사법을 담당하지 않나보다. 구성이 엇갈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권력 견제가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판사의 급여는 재직중에 줄지 않는다.
-> 외부의 세력에 영향받지 않게끔 하려는 의도인가보다.

4조 주

-각 주의 시민은 다른 어느 주에서도 그 주의 시민이 향유하는 모든 특권 및 면책권을 가진다
-> 속지주의인가보다.

-한 주에서 죄 짓고 도피한 자가 다른 주에서 잡히면 해당 주로 인도되어야 함

-새로운 주는 연방의회의 허가를 받아야 함

-기존 주에서 새로운 주를 독립할 수는 없음

-주끼리 합병하려면 해당 주 의회 동의 + 연방의회 동의가 있어야 함

-주 내 폭동이 있는 경우 주 의회의 요구가 있어야만 연방군이 들어갈 수 있음. 주 의회 소집불가시 행정부가 명령


5조 개헌

-개헌은 양원 제적수 2/3 이상이 인정해야 함


6조 헌법의 지위

-다른 법보다 우선시 됨


7조 헌법 비준자 명단


8 수정 헌법
-> 미국의 헌법은 기존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수정헌법을 추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최근의 헌법 수정은 1992년도이다.

-종교,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 청원의 권리

-무기소지의 권리
-> 총기 규제를 하기 쉽지 않은 이유가 이 조항 때문인 듯하다.

-군인 주둔 제한. 가정집에 군대가 들어갈 수 없음
-> 개인의 자유 존중

-노예제 폐지

-양조제 폐지 -> 18조로 19년 1월 26일 비준되어 21조로 33년 12월 5일에 폐지됨

-대통령 연임 제한 : 1951년도에 비준됨

-----

느낀 점

*미국 국회 방문시 설명받기를 콜롬비아 특별구는 170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행중인 계획 도시라고 한다. 아직도 계획에 의거해서 확장 중이다. 도시 곳곳에는 도시가 지어지던 와중의 중간기의 흔적이 남아있다. 예를 들면 washington monument 탑의 돌 색이 중간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전쟁으로 인해 잠시 공사가 멈췄다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회의사당은 구역별로 단계적으로 확장되게끔 기획되어 맨 초기의 건물 형태는 굉장히 작은 홀 일부만 있었다고 한다.
헌법도 마찬가지로 항목 하나하나가 짐짓 투박해보이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적혀있다는게 느껴진다. 외부에서 도입한 게 아니고 필요에 의해 하나하나 직접 적었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이 헌법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인과가 명확히 남아있다.

*삼권분립이 명확하게 이루어진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법원 운영이 상급은 사법부 / 하급은 입법부에서 담당하고, 군을 의회에서 유지한다. 우체국도 입법부에서. 입법부의 권한이 엄청 세게 되어있다. 국가원수는 대통령이지만 명예직처럼 느껴진다. 혼자 할 수 있는게 되게 제한적이다. 오히려 이 점 덕분에 권력의 견제가 잘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심하게 몰려있다. 그래서 마음만 먹고 그냥 눈과 귀를 닫으면 독선적으로 국가 운영이 이루어진다.

*되게 실용적이다. 추상적인 내용은 거의 없고 정말 국가 운영에 필요한 내용만 담겼다. 두루뭉수리해서 코걸이귀걸이 상황이 적어보인다. 다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식의 기술이 몇 군데 보인다.

*헌법을 권력자가 조물조물 수정하지 않아서 정통성이 있다. 헌법을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수정헌법의 연혁을 통해 나라가 어떤 이력을 갖고 이어졌는지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조항 수정될 때 조 번호도 움직여버려서 헌법 변경 연혁을 보려면 10차 헌법 10개를 다 따로 비교해서 컨트롤 에프 때리면서 봐야 한다.

*인디언을 시민으로 인정 안 하려는 뉘앙스 가득. *연방의회가 인디언부족과의 통상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적혀있다. 인디언을 바라보는 시선이 시민과는 다른 듯하다.

2장부터 바로 정부 구성을 논함. (우리나라는 2장까지 구성원의 권리에 대해 서술)

*주끼리 기본 틀을(특히 세금에 대해) 공통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보인다. 같은 나라로 묶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이해했다.

*육 해군을 의회가 창설한다. 행정부 소관이 아니다.

*하급 법원을 의회가 창설한다. 업무 스콥이 되게 특이하다.

*헌법을 문장으로 가지고 있는 나라 : 성문헌법 / 헌법을 가지고 있지 않는 나라 : 불문헌법(영국, 뉴질랜드, 이스라엘), 캐나다는 있지만 상세조항이 비어있다고 한다.

*choose를 chuse라고 적었다.

*미국은 기존 헌법 원문을 손대지 않고 수정헌법이라고 해서 맨 뒤에 하나씩 문장을 붙이는 식으로 수정한다. 우리나라는 7차까지 중간중간에 운영 방식이 통째로 바뀜 ex) 4, 5차 헌법때는 사법부 수장 대법원장의 경우 사법부 내부 선거인단을 꾸려 직접 장을 선출하게끔 되어있었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게 되어있다.

*모방적 헌법이라서 + 권력에 의해 10번이나 조물조물 가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인도와 함께 헌법 재판이 가장 활성화 된 곳 중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헌법 내용에 담긴 전 인류애와 멀리서 힘들게 지내는 동포에까지 닿는 시선은 감동적이고 조국에 대한 애착을 끌어올리게 만든다.

*미국 헌법을 보기 전에 우리나라 헌법만을 보고서는 개헌할 게 참 많아보인다고 생각했다. 한 번은 법을 전공하신 지인분께 의견을 물었더니 개헌은 더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를 사실 오늘까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미국 헌법을 보고서는 정통성을 유지하는 것이 꽤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 법은 국가의 운영 철학이 담긴 규칙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어느 나라처럼 명목상으로 존재하고 정작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곳도 있고 한 문장 한 문장 치밀하게 다투면서 이행해 나가는 곳도 있다. 각 나라의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근거에 기반하여 일관적으로, 공정하게 움직이는 것의 값어치를 알기에 어떤 민족의 미래가 훨씬 밝을지 가늠이 된다.

* 이어서 주요 국가의 헌법을 계속 뒤져보려고 한다. 아마 인도의 법이 다음이 될 것 같다.

미국_헌법_번역본(국회도서관).PDF

0.65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