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8
보통의 전시는 특정 인물이나 국가 연대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이번에는 유물들을 묶는 카테고리가 빛이다.
여기에는 화려한 색채를 자랑한다는 의미로서의 빛도, 오래되어 지워진 부분을 관찰하기 위한,
또는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내부 관찰 및 진단 도구로서의 빛의 의미도 담겨있었다.
다수 잘 뭉쳐지지 않을 것 같은 주제였지만, 덕분에 그간 겉만 볼 수 있던 유물의 내부 모습, 접합 방식에 대한 소개,
각 색채별 안료 및 구성 원소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소개받아서 유익했다.
고대 국가별 금제 유물의 금 순도와 알갱이 크기가 차이를 보이고 있었는데, 이런 속성으로도 유물의 출신 국가를 구분할 수 잇겠구나 싶기도 했다.
탄소 성분이 적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해서 글씨가 지워진 목간에 원래 적혀있던 글씨를 밝혀낸 모습도 굉장히 신기했고(지워져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특정 성분은 표면에 남아있나보다.) 컴퓨터 단층 촬영을 통해 유물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서도 내부 단면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신기했다.
이러한 빛을 이용한 분석 기법은 1989 무령왕릉 발굴작업 당시 왕비의 베개에 남아있던 육간으로 보이지 않던 글씨를 발견하는 것부터 사용되었다고 하니 국내에서도 30년 전부터 일찌감치 다방면으로 빛 분석 기법을 활용하고 있었나보다.
지금 당장 차고 다녀도 전혀 촌스러워보이지 않을, 오히려 사치의 극을 달린다는 평을 받을 많나 세공품의 화려함을 보면서 레트로는 영원하겠구나라는 생각도, 시간차원을 꿰뚫는 범인류적 공통된 미의 기준이 있나보다라는 생각도 다시 해보았다.
사치스러운 물병과 향로에서는 당대 여유로웠던 경제 상황이 상상되기도 했다.
먹고 살 만 했으니깐 향로를 요렇게 만들 생각과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을테니 말이다.
또한 교과서 표지를 장식했떤 금동반가사유상이나, 기마 인물형 토기 등을 직접 볼 수 있어서 특별했다.
특히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78호)이 전시된 별도 공간에 들어섰을 때는 사회에서 엄청 추앙받는 귀인을 보는 감동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의외로 크기가 컸고, 사진으로는 자세히 볼 수 없는 대좌의 무늬나 뒷모습 등등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항상 특별전시실과 상설전시관이 헷갈린다.
상설전시실로 가야 하는 줄로 잘못 알고 잠긴 문을 강제로 열려다가 하마터면 연행될 뻔 한, 아직 저녁 날씨가 추울 정도가 아닌, 여유로운 평일 저녁에 모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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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외선 : 파장이 길어서 흩어짐이 적고 표면층 투과가 가능하다. 특히 먹은 적외선을 반사하지 않고 거의 흡수하기에 먹으로 쓴 밑그림, 글씨는 적외선으로 탐지가 쉽다.
자외선 : 파장이 짧고 형광작용이 강하다.
엑스선 : 투과력이 유독 강해서 다양한 투과 기법에 사용된다. 덕분에 유물의 내부 구조나 밀도 파악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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