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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기

또모 연주자들 콘서트 관람 후기 @ 롯데 콘서트홀

20/08/08

거의 항상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고 있다. 매번 같은 음악만 듣게 되는 정체기를 만나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고 새걸 검색하던 중 전공자가 운영하는 채널 몇개를 알게 되었다.
덕분에 그분들이 추천해주는 새로운 음악과 함께, 곡 해설도 에피소드도 함께 즐겁게 감상하고 있다.

뮤라벨 / 또모 이렇게 두 채널을 주로 이용중인데 채널에 등장하는 연주자들의 오프라인 콘서트가 가끔 개최된다.
저저번주 즈음에는 뮤라벨 채널 관리자의 지인으로 영상에 잠시 참여했던 오연택씨의 공연이 있었다. 즉흥으로 요청한 곡을 모두 연주해내면서도 제대로 준비해서 치지 못해 죄송스럽다는 말을 덧붙이는 겸손함까지 갖춘 멋진 연주자였다.
자연히 제대로 준비한 공연이 기대되어 가보려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띄어앉기를 하면서 티켓이 조기 매진되어 결국 아쉽게도 관람할 기회를 놓쳤다. 다행이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로 송출해주길래 잠깐이나마 감상해볼 수 있었지만 큰 감상은 느끼지 못했다.

youtu.be/ZWvGpY7rYMc


슈만 토카타 7번을 이 영상을 통해 소개받아 한동안 계속 토카타만 듣기도 했다. 키신의 연주로 주로 감상했는데 파도를 연상시키는 구성과 키신의 힘있고 리드미컬한 강약 조절이 잘 어울린다.

이번에는 또모 채널에 자주 등장중인 쉬시킨과 윤아인씨가 롯데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개최한다고 하여 다녀왔다. 한 차례 연기되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놓치지 않았다.

롯데 콘서트홀은 이번에 처음 방문해봤는데, 그 전에 다녀온 사람들의 평이 좋지 않아서 궁금하기도 하던 차였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다녀온 지 거의 반년이 되어가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객석도 거의 맨 윗자리였던 탓일 수도 있지만 같은 스타인웨이인데도 음 간 분별력이 굉장히 떨어졌다.
특히 박자가 빠른 연음에서, 그리고 중저음 음역대가 떡지는 느낌이었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서스테인을 안 떼고 계속 밟고 있는 느낌이었다.
원음이 도달할 때 즈음에 전 음들의 반사음이 내게 온 느낌이었다. 그렇다가도 휴식시간 끝나고 들은 곡들은 또 자연스럽게 들리기도 했다. 적응이 그새 되버린 걸까
혹은 2부는 모두 피아노 2대를 이용한 연주들이라서 준비하면서 바깥 피아노 덮개를 떼어냈는데 이것 때문이었을까

그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공연장 진동 설계는 피아노의 덮개 각도를 고려하여 설계된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피아노 전용 공간이라면 모르겠지만 종합 클래식 홀이라면 아마 아닐 것 같다.

물론 옆에 앉은 어떤 목소리 큰 아저씨는 또 산토리 홀보다 롯데홀 소리가 고급스럽고 훨씬 좋다고 극찬을 하던데 사람마다 들리는게 다를 수도 있고 선호하는 음질이 다를 수도 있나보다.

스패니쉬 랩소디, 쇼팽 왈츠, 메피스토 왈츠 모두 즐겨듣는 작품들이라서 피아니스트들의 특징에 집중하기 좋았다.
먼저 쉬시킨은 확실히 테크닉과 힘이 모두 좋게 느껴졌다.
강약 주는 세기 밸런스와 0~100 까지의 세기 밴드, 고른 연음, 그 중에 모티브만 강세를 주는 분별력, 작품 끝까지 일관적으로 이어지는 힘 모두가 마음에 들었다.
보통 여성 피아니스트가 우위를 가지는 섬세함과, 남성 피아니스트의 힘 특히 러시아 연주자들에서 흔히 느끼는 넘치는 힘 모두가 잘 어우러졌다.
그가 연주한 다른 곡들도 시간 들여서 감상해보아야 겠다.

윤아인씨는 본인이 음악에 담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이미지를 명확히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던지라 기대가 많이 되었다.
여린 음의 연타를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해주는 모습과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쇼팽 에튀드 3번같은 서정적인 곡을 연주한 영상이 있다면 찾아보고 싶어졌다.

2부에서는 넛크래커, 라흐마니노프 등 피아노 두대를 이용한 곡을 들려주었다. 예전에 넛크랙커 발레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감동을 되뇌일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로 듣는 것과 또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공연에서 들려준 라흐마니노프는 사실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맨 마지막의 Paque라는 작품이 인상깊어서 당분간은 이것만 듣게될 것 같다.

또모채널의 대표 백승준씨가 전공자와 일반인을 이어 클래식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멋진 뜻과 엄청난 실행력을 가지고 채널을 운영하면서 꿈을 펼쳐나가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주최자가 곡 하나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담았을지 짐작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내 지인중에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 그래서 인터넷 공간에서 희귀하게 발견하는 나와 같은 소감을 푸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나도 반갑다.
이번 공연은 유튜브 채널에서 운영했고, 명망 높은 연주자가 아니었던지라 참석자 대부분 젊은 분들이었다.
보기 드문 광경이라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동지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은 마음에 든든하기도 했다.

새로운 연주자와 음악을소개받아기도 했고, 예전 추억을 되뇌일 수도 있었고, 새로운 공연장을 느껴볼 수도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 되었다.

youtu.be/E_a3X_NET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