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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기

국립광주박물관 관람

22/03/20



국립광주박물관 방문

본가에 들렀더니 마침 그날까지만 진행하는 자기에 관한 특별전이 있다고 해서 얼른 관람하고 왔습니다.

광주에 국립박물관이 있었다는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현황을 확인해보니 국립중앙박물관 산하로 전국에 13개 박물관이 존재한다고 해요. 아마도 출토 유물이 많은 지역에 보존하고 관리하는 시설을 마련해두는 목적으로 설립해두었나봅니다. 전시를 보니 각 권역별로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서로 영향받은 물품을 교류전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고려음이라는 제목으로 진행중인 자기 특별전부터 관람했습니다. 양으로 압도되는 정도의 자기들이 전시중이었습니다. 지역에서 출토되는 유물들이 꽤나 많았나봐요. 대부분 인근의 장소에서 출토된 유물들이라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동생이 커피를 내려마시는 걸 좋아해서 선물할 겸 최근 백화점에서 커피잔을 고르면서 디자인을 유심히 고민해본 적이 있었어요. (참고로 찻잔을 사시려거든 신세계로 가시는걸 추천합니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초록 풀띠 두른 포트메리온 브랜드 하나만 있을 뿐 그릇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나봐요) 그 경험에 비춰서 전시된 그릇들을 보는데 크게 현대와 차이가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전에 가야전에서 철로 된 가위랑 낫 등의 공구를 본 적이 있는데 현대의 그것들과 전혀 차이가 나지 않아 의외다 싶은 경험을 했는데, 이번에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나고 자란 지역의 스타일이 남아있는 덕에 좀 더 친근하게 느낀 것도 있겠지요?



최근에 방문했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도 종종 느끼긴 했지만 이번 전시에서도 구성이 점차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느껴요.
학생 시절 또는 유년시절 박물관의 구성을 보면 대부분 외부적 명성과 평가에 기반하여 물품들은 경외시하게끔 하는 배치, 그러니깐 작품 자체의 설명이나 용도 등의 설명과 내력보다는 작품 자체의 존재에 대해 조명하는 듯한 뉘앙스를 많이 느낀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유물이 지니는 의의, 실생활에서의 용도, 재료별 특징, 구성 성분 등 눈높이를 관람자와 대등하게 두고서 바라보게끔 배려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친숙하게 모든걸 다 눈에 담을 수 있었고 실제로 주변 관람객들도 하나하나 모든 유물과 설명에 눈을 두고 시간을 오래 두고 감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구요.

유명하고 귀하니깐 귀하고 유명해야 한다 이런 식 보다는 내력을 상세히 알려주는 친절한 자세가 유독 인상깊었습니다.



중국에서부터 시작되던 자기 기술이 우리나라나 일본 등에 전파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외에도 베트남에서도 자체적으로 자기를 생산하고 수출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각국의 자기 스타일을 비교할 수 있게끔 나란히 두고 각자의 특징을 상세히 소개해줄 때에도 도움을 되게 많이 받았습니다.



항상 궁금했던게 고려 청자를 소개할 떄 등장하는 매병은 과연 어디에 쓰는 것인가였는데요, 주로 꿀이나 술 등을 보관하는 단지였다고 합니다. 이번에서야 용도를 알게 되었어요.


또한 김환기 작가의 작품등에 주로 등장하는 하얀 달항아리는 왕실 고유의 물건으로 궁에서 물품들을 보관할 때 쓰이던 귀한 자기였다고 합니다.




차를 즐길때 쓰는 3가지 기본 구성품으로 차그릇 완 / 찻주전자 주자 / 그리고 마시고 난 차 찌꺼기를 버리는 타호에 대해서도 소개받게 되었어요. 다만 타호는 왜 굳이 오목하게 가운데를 안에 깊으로 파 두었을지 궁금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채처럼 구멍이 한쪽으로 나 있어서 물은 흘러가거 건더기만 남게 되는 것인가 싶었는데 구멍은 나 있지 않더라구요. 어쩌면 어차피 다 버리는 것들이니 남은 차까지 생각하면 용량이 크게 필요해서 그렇게 깊이 파낸 것일 수도 있겠어요.




'우리 동네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주제로 전시를 해둔 곳이 있었는데 되게 흥미로웠습니다. 박물관이 위치한 곳이 광주의 매곡동이라는 곳인데, 이곳의 흙을 퍼다가 자기를 빚은 결과물을 전시해두었더라구요. 자기를 구울 적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흙성분이 있는데, 일부가 모자른 까닭에 이 매곡동 흙으로 빚은 자기는 찌그러지고 무너져 내려있었습니다. 여기에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한 일부 구성요소를 추가하여 다시 빚은 자기는 반면 완벽했구요.
자기용 흙에 들어가는 구성요소를 하나하나 떼 와서 소개한 자료들도 되게 소중하게 보았습니다. 지금이야 분석기법이 크게 발달했으니 시료 체취를 통해 과학적으로 인과관계를 따져서 구성 요소를 알겠지만. 이런게 아무것도 없던 예전에는 정말 아는 사람만 그것도 경험으로만 알 수밖에 없는 내용이니 자기 굽는 기술은 정말 일부가 독점하는 희귀한 기술이겠다 싶었어요.



그 밖에 태조 왕건이 개국공신에게 하사했다는 목제 그릇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윗층으로 올라가서 이 근방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관람했습니다.





손으로 직접 깎은 나무 한 판으로 만든 대문 / 뗀석기 / 토기 그릇 / 거울 / 동전 / 기와 등등을 한 눈에 담아볼 수 있었습니다. 친숙한 디자인으로 가득한 모습을 보면서 제가 만들고 싶은 무언가에 참고해서 되살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가서 그 나라의 파악을 위해서는 물론 현대 흐름을 볼 수 있도록 시장을 돌아보는 것도 되게 중요하지만, 박물관을 통해서 그 사회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도 되게 도움된다고 생각해요. 비록 많은 나라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굉장히 다양하고 풍부한 역사와 함께 곳곳의 진귀한 내력이 가득하다고 느낍니다. 그 큰 박물관들을 모두 뺴곡히 채울 만한 수많은 기록과 유물들을 보면서 제 뿌리도 느끼고, 앞으로 이어져 나갈 흐름에 제가 어떤 도움이 될 지도 다져보게 됩니다.

나머지 12개 박물관도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서 얼른 관람해보고 싶습니다. 되도록이면 지내보지 않은 곳에서 연결고리를 느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