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21_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
언젠가 기사를 통해서 박수근 화백의 전시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차분한 화풍의 그림이 함꼐 소개되어 있어 + 비슷한 시대의 우리나라 작품 중에서 인상깊은 것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가까움을 느껴서 관심이 생겨 챙겨두었었다.
하지만 그렇게 스르르 잊고 지내다가 최근에 가볍게 읽은 박완서 작가의 두부라는 산문집에서 박수근씨와의 교류에 관한 내용을 읽게 되면서 다시 관심이 생겨 오후 반차를 이용해서 잠시 방문해서 보고 왔다.
덕수궁에는 눈이 다 녹지 않고 곳곳에 남아있었다. 흙밭과 눈밭을 오가면서 되게 오랜만에 느끼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미술관으로 향했다.
인파가 굉장히 많았다. 은퇴한 분들과, 방학을 이용해서 함께 방문한 듯한 학생 무리들, 젊은 학생들로 보이는 분들, 가족끼리 함께 찾아온 분들, 혼자 온 직장인으로 보이는 분들이 가득했다.
오랫동안 제한 인원만 관람 가능했던 상황이 이제는 바뀌어서 방역 수칙만 지킨다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모습에서 앞으로 점차 예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겟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느 전시와 같이 총 4개 관으로 나누어서 주제별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차례로 그의 초기작품, 스케치들, 그가 납품했던 사보의 삽화, 메모,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그였기에 스스로 학습하고, 당대 최신 미술에 관한 잡지를 스크랩해서 참고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다 보관되어있었다. 마티에르, 큐비즘, 이미지즘? 등의 정의에 대한 기록을 통해 그가 작품 구상시 신경썼던 내용들을 대략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일관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차분한 갈색 등의 전반적 톤과 함께 불확실한 대상의 모습, 거친 표면 효과 등등이었다. 세세한 것들에 주목하기 보다는 분위기와 존재감을 나름의 방식으로 담으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또한 내용은 대개 일상의 그것들이 담겨 있어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자주 등장하는 나무의 모습, 여인의 뒷모습, 아이들의 모습 등이 되게 친근했다. 서양의 기법으로 우리의 당대 풍속을 잘 묘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간접 조명이 2관에서는 되게 멋지게 되어있었다. 딱 작품만 비치는 핀조명. 집을 꾸미게 되면 고려해볼 만한 장치인 듯하다.
2층 어떤 곳에서는 그의 작품세계를 분석하는 작가의 인터뷰가 담겨있었는데, 그의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담은 갈색의 톤과, 화강암이 연상되는 표면 처리는 어쩌면 초기에 그런 노력을 가지고 들인 거라기보다는, 우리 일상의 요소를 표현하다보니 자연스레 그것들에 맞춰진 결과가 나온게 아닐까 하는 의견을 제시해주었다. 그가 말하는점 - 통일된 흙색 등의 톤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색이 많이 쓰여있다는 점, 사물의 형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 등을 듣고는 다시 한 번 찬찬히 감상해보니 그의 작품에 대한 의의가 나름 세워지기도 했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에 대한 취지를 담은 설명이 대체로 없다는 것에 사실 놀랐다. 비단 박수근씨의 작품 말고도 명성을 지닌 작품에 대한 제작 취지 등의 내용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나처럼 계획을 먼저 세우고 실행에 옮기면서 중간중간 기록을 남기는 행위는 좀처럼 어려운 게 아닌가 한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이 나름의 근거를 통해 작품 제작 과정, 의의 등을 추측할 뿐이다.
어쩌면 중간중간에 기록하려는 의도도 무게감이 상당하므로 작품 제작에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영향력을 미쳐버려서 지금과 상당히 상이한 결과물을 나타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보았다.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하나하나 다 본다는 생각보다는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찍어서 바라보았디. 여인의 뒷모습을 담은 작품이었는데, 명확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담겨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받은 그의 생활 속에서 가장 주목한 건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부분에서 그가 예술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는 신년 연하장이나, 성탄 연하장 뒷면에 자신의 작품을 담았다. 또한 한국전력의 사내보에 담긴 그의 작품들도 되게 실용적인 점을 느낀 것인지 멋지다고 느꼈다. 예술을 접목하는 삶. 이것이야말로 여유롭고 멋있는 삶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 몇 점 없다는 목판화에서는 작품보다도 목판으로 인해 남은 나이테 모습의 자연스러움에도 주목되었다. 세련된 자연스러운 방식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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