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15

# 일반의지
숙소로 들어가기 전 주차해 둔 차를 눈으로 한 번 쓱 훑는데 저 멀리에서도 유리창에 붙은 포스트잇이 눈에 띄었다.
무얼 잘못 했길래 딱지가 붙었나 싶어 근심스럽게 와 보니 내용인 즉슨, '너 바퀴에 땜빵 생겼으니 조심해라'였다.
의심을 품고 다가간 게 부끄러워졌고 고마움을 느꼈다.
나 조차도 내 차를 평소에 거들떠도 보지 않는데 얼굴 모를 누군가는 지나치지 않고 시간을 들여서 내게 친절을 베푼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익명의 배려를 특히 미국에서 많이 받아왔다.
교차로에서 직진해야 하는데 좌회전차선에 잘못 진입해서 급하게 멈추면 내 뒤의 차들은 내가 낄 때까지 나를 지나치지 않고 기다려 주었고
수영장 깊은 곳에서 세 가족이 당황하며 퍼덕이자 모든 사람이 달려들어 우리 가족이 진정할 때까지 도움을 주었다.
시내버스에 CRT 모니터를 들고 탄 사내가 짐칸에 자기 짐을 넣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버스가 멈춰있을 동안 표정이 안 좋은 사람은
오로지 나 뿐인 적도 있었고 햄버거 가게에서 이것저것 주문을 하는데 한참 시간이 걸려도 모두가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왜 저렇게 과한 친절을 베풀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미국은 공공에서 서로를 보살핌으로써 자신을 보살피는 관습을 갖고 있는게 아닐까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가 동일하게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게 신기하다.
물론 아닌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미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무리던지 다양한 구성원을 담는다. 아무리 특정 매개체를 공유하더라도 그렇다.
그렇지만 여전히 미국인 대다수가 공동 배려적 일반의지를 품고 있는 것은 참 그 배경이 궁금하다.
이슬람교도끼리는 모두가 따르는 이슬람 율법이 있고 이를 기준으로 사회가 뭉쳐있다. 그들에게는 이게 일반의지일 것이다.
중국의 일반의지를 꼽자면 아마도 공산당의 정책 기조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지와 무관하기에 선술한 것과 성격이 매우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품는 일반의지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공통적으로 무얼 품고 있는가. 유교 / 헌법 / 반공이념 등이 떠오르긴 하지만 부족하다.
우리 사회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교, 불교와 같은 과거의 잔재는 옅어져 가고 헌법은 사실 전문을 다 읽어본 사람이 드물 뿐더러 명목적이라고 느낀다.
이 이후를 잇는 무언가가, 공동체를 엮는 그 무언가가 부재하다고 느낀다.
그나마 꼽자면 우리가 공유하는 제일의 가치는 화폐 정도만 그나마 있는 듯하다.
마이클 샌델은 도시화로 인해 사라져 가는 공동체적 유대를 되살리는 역할을 비영리기관에게 기대한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덧 사회의 중간허리 역할을 하게 된 우리가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교류하며 지낼 수 있도록
그리고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의 터전이 될 우리나라 가운데를 꿸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으면 한다.
아무튼 익명의 이 분 덕분에 다음날 렌터카를 바꾸게 되었다.

# 미국스러움
미국적인 것으로 떠올릴 법한 수많은 것들이 있다.
파티용 red solo cup, 야구경기, 뉴욕, 바베큐 파티, 등등
나는 에어쇼가 머릿속에 담겨 있었다.
유튜브를 보면 지역의 공항을 개방해서 활주로 앞에 의자를 깔아두고 활주로를 런웨이 삼아 수많은 비행기들이 곡예비행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뒤에는 요기거리를 팔기도 하고 체험행사나 군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다.
뉴저지에서 지낼 적에 티더보로 공항에서 에어쇼를 한 적이 있는데 아쉽게 다른 일정과 겹쳐서 놓쳤던 아쉬운 기억이 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바로 다음 주말에 에어쇼 행사를 한다고 해서 서둘러 접수를 했다.
가격이 상당했다. 입장료 65불에 주차비 25불까지 하니 거진 입장하는 데만 100불이 넘으려고 했다.
이 돈을 내고 가는게 맞나 망설이던 와중에 비행기 체험 신청을 보고 말았다.
2차대전 프로펠러 폭격기 등에서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헬리콥터 체험(125불이었다.) 을 보고는 그냥 결제를 해버렸다.


당일이 되어 아침 일찍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향했다. 가까운 공항이라서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도착했더니 이미 차량 행렬이 엄청나게 늘어서 있었다. 주차가 유료인 건 이유가 있었다.
공항 주차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규모의 차가 몰려들었다. 이 도시가 그래도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구나 싶었다.
공항 앞 잔디밭이 임시 주차장이 되었다.
웰트 사건 덕분에 차를 바꿨던 나는 차량번호 변경을 어제 메일로 고지했음에도 인식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티켓을 통해 아무 문제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공항으로 들어갔다.
헬기 탑승 시간이 거의 바로여서 부스에 가서 등록을 먼저 했다. 그리고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느낌이 쎄 해서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나를 찾고 있었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이 헬기는 벨사에서 개발한 U-1이다. 베트남전에서 주로 활약했던 기체이고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까지 군에서 이용했다.
탑승한 기체의 약력은 다음과 같다.
1967 3월 제작. 텍사스에서 근무 시작
1967 10월 베트남전 240th 공격헬기부대로 배치, 1,438시간 동안 전투임무 수행
1969 5월 56th 수송부대에 배치, 147시간 운용
1969 11월 119th 항공부대에 배치, 1,096시간동안 운용
1971 3월 178th 공격헬기부대 배치, 842시간 임무 수행.
1971 10월 117th 공격헬기부대 배치, 241시간 임무 수행.
1972 1월 미국 본토로 복귀 5th army 배치되어 임무 수행
이후 싱가폴 소속의 민간 항공업체에서 있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베트남전에서 3번 추락했던 기체라고 했다. 현재는 관광용으로 사용중이다.

체험에 앞서서 안전교육을 받았다. 비상시에 안전벨트 푸는 법 등을 대략 소개를 해주었다.
FAA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기에 안전벨트를 직접 조작하는건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받았다.
그래도 비상시에 푸는 법을 알아야 한다면서 돌아가면서 버클 푸는 연습을 했다. 얇다란 알루미늄 버클이었는데 억셌다.
몇은 엄청 능숙하게 버클을 풀었는데 그럴 때마다 교관은 군 출신인지를 물었고 모두 들어맞았다.
나도 오해받고 싶어서 세게 해보려 했으나 보기좋게 헛손질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카메라를 사용하는건 좋지만 창 바끝으로 손을 내미는 순간 카메라가 날아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헬기 좌석은 조종석과 보조 운영자 외에 10곳이었다. 생각보다 의자가 많았다.
헬기 날개 축 주변으로 9곳이 있었고 파일럿 뒤로 역방향으로 앉는 점핑 시트가 있었다. 가장 바깥 자리였다.
나만 따로 온 지라 점프 시트를 배정 받았다. 오히려 저 안쪽 잘 안보이는 자리를 주면 어쩌나 했는데 잘 되었다.
교관이 농담으로 문제가 생기면 내가 조종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고 내가 maybe라고 대답하자
일행 중 한 명이 그 전에 우리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우스개소리를 했다.
헬기 주기장은 행사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카트를 타고 가야 했다.
카트를 타고 가는데 마침 옆에서 f-35가 축하비행차 이륙을 하고 있었다.
이날 있었던 비행 중 처음 비행이어서 제트엔진을 첨음 들었는데 200미터는 족히 떨어져 있었음에도 소음이 굉장했다.
나는 귀가 확실이 나빠진 까닭인지 소음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카트를 운전하는 아주머니께서는 비행기가 지나다닐 때마다 굉장히 괴로워 하셨다.
부스에서 이어왁스를 하나씩 가져가라고 두었던데 혹시 몰라서 집긴 했지만 소리가 크지 않아서 굳이 끼지 않았다.

헬기 주기장으로 갔더니 마침 먼저 팀이 막 헬기에 올라서 이륙을 막 하려고 하고 있었다.
U-1이라서 작고 힘 없는 기체일 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굉장히 덩치도 크고 쌩쌩해보였다.
50여년 전에 이런 엔지니어링이 가능했다는게 실감나지 않는다.
헬기는 힘차게 이륙을 하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시 뒤에 헬기는 돌아왔고 상기된 얼굴의 관광객들이 내렸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되었다.

차례대로 기체에 오른 뒤 교관이 안전벨트를 하나하나 점검해준 뒤 헬기는 이륙했다.
공항은 당일에도 여객기가 이따금 오르내리고 있었고 에어쇼도 진행중이었기에 옆으로 멀찌감치 이동해서 한참을 돌았다.
예전에 스카이다이빙을 한 번 한 적이 있어서 문을 열고 비행하는건 괜찮았다.
다만 기동을 심하게 할 때 과연 이 오래된 기체가 스트레스를 버틸까 하는 걱정은 조금 되었다.
이 헬리콥터는 로터가 두장이다. 그래서 소리로 구분이 된다고 한다.
텀을 두고 바람을 때리는 특유의 소리 때문에 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롤링을 하는 등 바람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로터가 바람을 세게 때릴 때 특히 소리가 컸는데 되게 매력적이었다.
비행하는 동안 롤링을 계속해서 해 주었는데 맨 처음에 롤링할때 느꼈던 하늘이 뒤집히는 것 같은 느낌은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문 바로 옆에 있어서 안 그래도 하늘이 가깝게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몸이 돌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한쪽면은 하늘이
반대편은 땅이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내 건너편 할아버지는 줄 서있을 때부터 헬리콥터 처음 타보냐고 묻던데 아마 베테랑이신 듯했다.
내가 신나서 비디오를 안 끊고 찍으며 두리번 댈 동안 그 분께서는 여유로운 자세로 회상에 젖어 있었다.
평지 지역이어서 경치가 정말 좋았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을 했다.
사전 안내에 10분 정도 비행할 거라고 했을 때는 가격에 비해 비행이 너무 짧다고 느꼈는데 12분이 정말 충분했다.
홀가분하게 나머지 전시된 비행기들을 훑기 시작했다.

예전에 인터넷으로 자주 보던 사진이 있는데 미군 수송기 3대가 에어쇼에서 나란히 주기된 항공사진 이었다.
(지금 보니 c17은 없었었다.)
미국은 C5 갤럭시 - c17 글로브마스터3 - c130 허큘리스 등의 수송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각각의 사이즈가 순서대로 크다.
허큘리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운용하니 자주 볼 수 있는 기체지만 c5 나 c17을 그것도 현역으로 운용중인 기체를 보기는 쉽지 않다.







이번 에어쇼에는 세 가지 기종이 모두 와 있었다. 그 중 갤럭시는 카고칸을 열어두어서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돈을 더 낸 사람만 그늘 아래서 에어쇼를 관람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비행기 날개 밑 등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그것도 해시계마냥 자리를 계속 옮겨야 했다. 아니면 아예 비행기 안에 들어가서 앉아 쉴 수 있었다.
120톤을 실을 수 있다는 이 비행기는 엄청나게 컸다. 탱크 2대를 실을 수 있다고 하고 아파치 헬기는 6대를 싣는다고 한다.
나중에 에어쇼가 끝날 때 APU를 켜서 카고를 닫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참고로 C5와 경쟁입찰에서 패배한 나머지 모델(Model 750)은 상업용 비행기로 전환하여 나중에 B747이 되었다.
예전 고등학생때 한참 비행기를 좋아하던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봤더라면 엄청나게 부러워 했을 것이다.



2차 대전시 셔먼 전차, 독일 전차 일부가 전시중이었다. 어떻게 옮겼나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실제로 움직이고 포도 쏘는 등 작동하는 것들이었다. 장갑이 무지막지하게 두꺼웠고 용접을 해둔 모양새가 전쟁 중에 정신없이 일단 만들어야 하니 서둘러 만든 흔적처럼 느껴져서 생생해보였다.


랩터와 f35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보니 또 아주 커 보이진 않았다. 이 두 기종은 너무 자주 봐서 이젠 새롭지 않다.
곡예비행이 시작되었고 먼저 호넷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속도가 정말 빠르긴 한지 맘 먹고 빠르게 오니 다가오는 건 보이는데 소리가 전혀 나지 않다가 지나가고 나서야
충격파처럼 소리가 났다. 낭만있었다.
그 뒤로 콜세어, 머스탱 등이 차레로 비행을 시작했다. 머스탱 두대가 화음을 내면서 비행했는데 정말 듣기 좋았다.
원래는 헬기 탄 뒤에 호넷 시험 비행정도만 보고 바로 집에 가려고 했다. 별로 끌리는 행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있었던 썬더볼트 비행팀 공연만 조금 고민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냥 숙소 돌아가도 딱히 할 게 없으니 여기 머물면서 먹고 쉬다가 마지막까지 다 보고 가기로 했다.


그래서 음식을 먼저 구매했다. 가격은 역시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다른 것보다 칠면조가 맛있어 보여서 사보았다.
음료는 작은 걸 사려다가 컵을 사면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느게 있길래 가서 마시기로 하고 컵을 샀다.
각각 25불씩 총 50불. 환율을 감안하면 7만원이었다. 칠면조는 기대를 많이 했지만 다소 실망스러웠다.
일단 겉에 입힌 시즈닝이 거의 석탄이 되어 있었다. 잘못 모르고 물었다가 다 뱉어야 했다.
그리고 살코기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힘줄이 엄청 두꺼웠다. 뼈도 되게 굵었다.
실제로는 닭다리 한 세개 정도 양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음료는 사실 탄산이 아니라 술인 줄 알았는데 그냥 시럽과 물을 섞은 소다 같았다. 달고 은은했다.
일반 공장에서 나오는 탄산보다는 덜 자극적이었다. 맛이 나쁘지 않았다.
다양한 맛이 있어서 이것저것 먹어볼 수 있었다.

식사까지 마치고 도저히 힘이 나지 않아서 그늘에서 쉬고 싶었다.
식사 할때부터 비행기 밑 그늘에서 쉬었는데 이마저도 점점 지친 사람들이 늘면서 자리가 없었다.
노약자들이 있는데 그 바로 옆에 앉기도 좀 그랬다. 그래서 식사 마치고 손 씻은 다음 C5에 들어가서 쉬었다.
나중에 선더볼티 팀 올 때까지 1시간 정도 점프시트에서 잠을 잤다.
수송기를 열어둔 이유가 쉬었다 가라는 목적도 있는 듯했다. 날이 그리고 그냥 맑은 정도가 아니락 구름도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선더볼트팀이 사용하는 f16은 설계가 잘 된건지 아니면 비행 속도를 조절한 것인지 바람 가르는 소리만 얌전히 들렸다.
아름다웠다. 단체비행이라서 멋진 장면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맨 마지막 동영상처럼 한 대처럼 비행하는 장면을 드디어 직접 보았다.(유투브에서 본 적이 있다.)
거의 끝나갈 때즈음 나가는 차가 많이 밀릴가봐 조금 일찍 나왔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 듯했다.
하늘에서 선더볼트 조종사가 보면 서운할 것 같았다.
행사부스 중에는 모병관들도 있었다. 육군의 경우 체력검사용 벤치프레스와 턱걸이 봉이 있었다.
동양인은 딱 5명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만 보았다.
동네 규모의 에어쇼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엄청 규모가 커서 인상적이었다.
보고 싶었던 것들, 타고 싶은 것들 실컷 해보고 돌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만 다리에 선크림 바를 생각을 못했었던 지라 다음날부터 1주일간은 오금이랑 종아리가 햇볕에 완전 타서 통증이 상당했다.
이렇게 버킷 리스트 속 해보고 싶었던 것들 중 두 개나 소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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