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Falling Water, 낙수장 (WV, USA)

Gnothi_Seauton 2025. 5. 5. 15:58


240621

 
회사 동료중에는 건축 전공한 분들이 많다.

부서 특성상 그분들과 자주 교류했는데 아무래도 예술과 맞닿은 분야다 보니 취향이 확실한 분들이 많았다.
책을 소개받거나,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방향으로 조언을 받은 경우도 많다.

언젠가 한 분께서 sns를 통해 여행 중의 모습을 공유해주신 적이 있다.
폭포 위에 놓인 건물이었는데 단풍색을 하고서 되게 고즈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건축사에서 의의가 큰 사람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세련되거나 멋지다 라는 느낌 보다는 고집 센 건물 같은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
아마 필름사진 같은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고 노을을 싫어하는 내 배경 때문에
건물의 외관 색깔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아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이 때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것은 그 공간을 굉장히 신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내게는 분명 별 느낌이 들지 않는 작은 조형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그분께서는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주변을 담고 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아무것도 없는 외딴 곳 산골짜기에 박혀있는 건물 하나만을 보기 위해 그 곳을 방문한 것 같았다.
내게는 통하지 않는 아우라를 그분께서는 느낀게 아닐까 추측했었다.
 
그 때의 인상이 깊게 남은 덕에 지금 체류중인 지역 주변에 들를 만한 곳을 찾던 중 폴링워터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 굉장히 반가웠다.
지내던 곳에서 그렇게 멀지 않게 있어서 주말 동안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라는 미국의 유명한 건축가의 대표 건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1000건 이상의 건축 디자인을 했고 그 중 532건이 실제로 건설되었다.
 
 
https://fallingwater.org/visit/fallingwater-tours/

 

Fallingwater Tours - Fallingwater

Fallingwater, a National Historic Landmark and a site inscribed on the UNESCO World Heritage List, is open for the 61st tour season with a variety of experiences for visitors to gain insights into Wright’s organic architecture and design philosophy, an

fallingwater.org

 
다양한 옵션으로 예약할 수 있다. 대부분 18불짜리 ground pass를 이용하는 듯했다.
건물 주변만을 둘러볼 수 있고 내부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36불짜리 Guided Architectural Tour를 선택했다.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39불로 올라있다.
학예사(라고 칭하는 건 집 내력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막힘없이 다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가 상세하게 모든 내력을 다 설명해주었다.
가격이 상당하긴 하지만 여기까지 찾아올 만한 정도의 외국인에게 나는 꼭 내부 가이드 투어를 추천한다.
 
이 외에도 밥까지 주는 2500불짜리 투어도 있고 89불짜리 in-depth guide tour 도 있다.
혼자 갔더라면 아마 89불짜리 투어를 선택했을 것 같다.

 
 

https://maps.app.goo.gl/MfjChiJLeFkptLmMA

 

플라이트 93 내셔널 메모리얼 · 6424 Lincoln Hwy, Stoystown, PA 15563 미국

★★★★★ · 기념공원

www.google.com

 
참고로 폴링워터 근처에는 911 테러 당시 납치되었던 여객기 중 한 기가 추락한 위치에 세운 추모공원이 있다.
UA093편으로 뉴왁 공항에서 출발해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비행기였다.
납치당했던 나머지 비행기들은 결국 테러 목적에 이용당했으나 093편만은 승객들의 저항으로 인해 중도에 저지당했다.
테러리트스가 점거한 조종석 문을 승객들이 부스려고 시도하자 테러리스트들은 좌우로 급하게 기동하다가 결국 들판에 추락시켰다고 한다.
이들을 기리기 위해 공항의 이름도 기존 뉴워크 공항에서 뉴워크 리버티 공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곳도 함께 방문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더 지체되면서 아쉽지만 방문을 취소해야 했다.
 
 

 
https://whc.unesco.org/en/list/1496

 

The 20th-Century Architecture of Frank Lloyd Wright

The property consists of eight buildings in the United States designed by the architect during the first half of the 20th century. These include well known designs such as Fallingwater (Mill Run, Pennsylvania) and ...

whc.unesco.org

 
미국은 현재 유네스코를 탈퇴했다. 하지만 유네스코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아직 유네스코 문화유산 리스트에 등재되어 있다.
이 건물 말고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물 7곳이 2019년에 함께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 중에는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도 있다.
 
 

 

 

 

 
예약 시간보다 1시간 반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래서 주변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올까 했는데 여기는 미국임을 감안하여 그런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말이 주변이지 30분이 걸렸고 음식 나오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낙수장 주변으로 트레일이 잘 나 있길래 주변을 둘러보고 대기실 안의 기념품점, 전시실을 둘러보기로 했다.
여름에 간 덕에 녹음이 정말 멋드려졌다. 
 
이 중에는 Paradise Overlook이라는 근교의 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그리고 폴링워터의 외장에 쓰인 구들장 돌 같은 그 돌들을 채취한 채석장도 트레일 옆에 있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물에는 두 가지의 키워드가 있다.
자연과 어울러지는 모습 / 그리고 미국적 건물 컨셉을 잡았다는 점이다. 후자는 'Prairie Style' 로 불린다.
 
폴링워터의 본채 2곳만큼 방문객 센터도 자연과 어울러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늑하고  건물 역할을 제대로 하는 시설이 자연과도 정말 잘 어우러져 있다.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구도에 닿으려면 방문객 센터에서 약간 밑으로 내려가면 된다.
이 구도가 항상 낯이 익었는데 다녀와서 뒤져보니 언젠가 보았던 소쇄원과 무척 닮았다.
 
건축가의 컨셉이 실제로 한옥의 컨셉과 비슷하다.
실제로 프랭크 라이트는 일본의 건축양식과 한국의 건축물 양식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 통성명하면서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투어 가이드께서는 기억해두었다가
실내의 불상 / 본채와 게스트하우스 사이 복도에 있는 가구가 조선 중기의 물건이라고 소개해주기도 했다.
 
건설적인(constructive) 이라는 표현 따위나 세계 곳곳에 퍼진 동일한 브랜드의 식당 그리고 똑같은 맛에서 세계화를 느낀다.
어딜 가나 이제 인류는 뒤섞여 있다. 인류가 지구를 한 바퀴 돈 것을 공식화한 게 1522년, 자그마치 500년 전이다.
그래도 이걸 실감하는 경우는 많지 않는데  미국에서는 이걸 특히 정말 많이 느낀다.
정말 한국과 1도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곳에서 한국도 많이 보고 다른 문화도 많이 본다.
 
옐로우스톤 여행에서 기념품으로 엽서를 한 장 샀었는데 그 무연고의 숲 속 한 가운데에서 고른 그 엽서에 made in korea가 적혀있었고
폴링워터를 들르기 전날 펜실배니아 시골의 후미진 숙소 호텔에서 비비고 고기만두를 좋아한다는 호텔 직원을 만났다.
그리고 오늘 이 곳에서는 조선 중기의 유물을 뜻하지 않게 만났다. 
 

 
왜 하필 벽면이 저 색인지를 물었다. 그 이유는 가을철이 되면 이 주변이 온통 단풍색으로 물드는데 그 색에 가장 가까운 색을 취한 거라고.
그 시기에 와서 바라보는 건물도 정말 멋질 것 같다. 
 
저 벽면을 제외하고는 외부는 모두 원래 이 곳에 있던 그대로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멋졌다.
 
 

창문 경첩이 모서리로 나 있지 않다. 그래서 창문을 열면 모서리에 거추장스럽게 경치를 방해하는 구조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 건물은 카우프만이라는 지역 유지가 별장용으로 프랭크 라이트에게 의뢰하여 1935년 디자인했다.
본래 카우프만이 소유한 백화점의 직원들을 위한 캠핑장이 들어서 있던 곳이다.(당시에 피츠버그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었다고 한다.)
오두막집, 러닝 코스, 테니스장, 클럽하우스, 수영장 등이 들어서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부지가 굉장히 넓었다.
 
본채는 1936~1938년에 지어졌고 게스트하우스는 1939년에 지어졌다.
인부와 자재를 현지에서 직접 조달했다고 한다.
 
이 건물은 캔틸레버 구조인 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캔틸레버란 간단히 말해 기둥이 딱 하나인 건축물이다. 원래 있던 암에 기초를 해서 크게 세 장의 슬라브를 뽑았다.

기둥이 건물의 가운데가 아닌 등쪽에만 위치하고 있다.
이 덕분에 뒤쪽의 암 이외에는 앞으로는 시야를 가리는 그 어떤 구조체가 없다. 조망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모서리에 위치한 창문은 모서리 프레임이 없어서 창문을 열면 모서리도 사라진다.
100년 전의 건물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본래 35,000불의 예산으로 시작했던 공사는 최종 정산을 해보니 공사비 148,000불에 11,300불의 architect fee가 들어갔다고 한다.
미국 답기도 하지만 레퍼런스가 없는 도전적인 공사다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본채와 게스트 하우스를 잇는 복도가 위로 지나는 길이다. 차량을 통해 집에 왔을 때 타고 내리는 곳이라고 한다.
실내에서는 1층 외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래서 찍지 못했는데 이 건물을 잇는 복도의 상부가 구불구불한 구조였는데
한 장으로 된 얇고 긴 콘크리트 구조체였다. 시공비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내 목조 가구는 습으로 인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요트용 플라이우드를 사용했다고 한다.
 
벽에 선반이 많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건물과 마찬가지로 캔틸레버 컨셉으로 벽을 기둥 삼아서 틈을 만들고 끼워 넣은 식이다.
계단도 지금 보니 마찬가지이다.
 

 


시그니처의 그 구도의 반대편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면 딱 이렇게 생겼다.
 

건축물을 보고 왔지만 국립공원을 보고 온 느낌도 든다.

 

몇년 전 국내의 고찰을 연달아 찾은 적이 있는데 비슷한 느낌을 계속적으로 받았다.

산 속에 위치해서 자연과 뭍혀있지만 건축물답게 자연으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을 계속적으로 받았다.

 

주변 사람을 붙잡고 한국의 사찰과 굉장히 느낌이 비슷하니 꼭 한 번 한국의 고찰을 들러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